징둥닷컴·넷이즈, 내달 2차 상장 추진…미·중 자본시장 탈동조화 가속
바이두 리옌훙 "미국 외 상장할 곳 많다"…"나스닥 완전 떠나는 방안도 검토"
(상하이·홍콩=연합뉴스) 차대운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둘러싼 갈등 속에 미국이 중국 기업을 겨냥해 상장 규정을 강화하자 홍콩 증시로 발걸음을 돌리는 중국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로이터 계열 금융 전문지인 IFR 등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으로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기도 한 넷이즈(網易)는 이르면 다음 달 홍콩거래소에서 2차 상장을 하기로 했다.
게임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넷이즈는 2000년 나스닥에 상장, 현재 시가총액이 400억 달러를 넘는다.
넷이즈는 이번 2차 상장을 통해 1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징둥(京東)닷컴도 다음 달 홍콩거래소에 2차 상장할 계획이다.
나스닥 상장 기업인 징둥닷컴은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30억 달러 조달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올해 홍콩 증시에서 최대 규모 IPO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홍콩 증시 2차 상장 붐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중 갈등이 폭발 직전 단계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에서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하는 데 대한 맞대응으로 읽힌다.
미 상원은 20일(현지시간) 중국 기업의 미 증권거래소 상장을 금지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4일 폭스 비즈니스뉴스 인터뷰에서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됐지만, 미 회계 규칙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검색 엔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바이두(百度)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이에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그만이라고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신랑재경에 따르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인 리 회장은 "좋은 회사라면 상장 장소로 택할 수 있는 곳이 많고, 절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며 "내부적으로는 홍콩 2차 상장을 포함한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올해 초부터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바이두가 홍콩 증권거래소에 2차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이 퍼졌지만, 바이두 핵심 인사가 이런 계획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두가 나스닥 상장 주식 전체를 다른 거래소로 옮겨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런 논의는 초기 단계로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간 수많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특히 바이두, 알리바바, 징둥, 핀둬둬, 넷이즈, 씨트립을 비롯한 중국의 많은 유망 기업이 중국 대신 미국 증시에 상장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무역전쟁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의 미국 증시 이탈 흐름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알리바바가 작년 11월 홍콩에서 2차 상장을 해 13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자금을 확보한 것을 신호탄으로 해 다른 중국 기업들도 홍콩 증시에서의 자금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더구나 최근 미국과 중국에 동시에 큰 충격을 준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지면서 미·중 자본시장 탈동조화 흐름은 한층 빨라지는 모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증권거래소가 미국과 중국 자본시장 간 긴장 격화에서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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