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닛산차 회장, 일본 탈출 지원 측과 7차례 사전 접촉

입력 2020-05-22 11:39  

곤 전 닛산차 회장, 일본 탈출 지원 측과 7차례 사전 접촉
신칸센 타고 오사카 이동 후 호텔서 음향기기 상자에 숨어
마이니치, 도피 지원자 체포 미 사법당국 문서 인용 보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했던 카를로스 곤(66) 전 닛산차 회장의 일본 탈주극 전모가 한층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로 보수 축소 신고와 특별 배임 등 혐의가 드러나 체포돼 기소된 뒤 보석 상태이던 지난해 12월 29일 오사카 간사이(關西)공항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빠져나가 터키를 거쳐 레바논으로 도피했다.
이 과정을 도운 미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출신의 마이클 테일러(59)와 그의 아들 피터 테일러(27)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체포됐다.
마이니치신문이 22일 이들의 체포와 관련된 미 사법당국 문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도피 단행 전인 작년 7월, 8월, 12월 초순 등 최소한 3차례 일본을 찾은 아들 피터를 7차례에 걸쳐 만났다.
피터는 도피극이 시작되기 전날인 작년 12월 28일 일본에 입국해 도쿄 시내의 고급호텔에 투숙한 뒤 곤 전 회장을 불러 1시간가량 도피 계획을 논의했다.



곤 전 회장이 간사이공항 검색대를 빠져나갈 때 사용한 음향기기 케이스는 아버지인 마이클이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클은 도쿄지검이 별도로 구속영장을 받아낸 조지 자이예크(60)와 함께 탈출 당일인 12월 29일 오전 10시 10분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자가용 비행기로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 비행기를 이용해 음향기기 케이스인 2개의 큼지막한 검은색 박스를 반입했다.
간사이공항 관계자에게는 "우리는 음악가"라고 하고는 수월하게 통관을 마쳤다.
두 사람은 간사이공항 맞은편의 고급호텔에 체크인해 이 호텔 4609호실에 상자를 두고 오전 11시 50분쯤 호텔을 나섰다.
이어 택시를 잡아타고 신오사카역으로 이동해 신칸센 편으로 도쿄로 향했다.
같은 시간에 곤 전 회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아무런 짐을 들지 않은 맨몸으로 도쿄의 자택을 나와 자신의 도피를 도울 피터가 있던 고급호텔로 가서 옷을 갈아입는 등 탈주 채비를 했다.



아버지인 마이클과 자이예크는 이날 오후 3시 24분쯤 도쿄에 도착해 아들 피터와 곤 전 회장이 기다리고 있던 호텔 방으로 갔다.
호텔 방을 나올 때는 4명이 동행했지만, 이후 아들 피터는 일행에서 떨어져 나리타공항으로 가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곤 전 회장 등 3명은 도쿄 시나가와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신오사카역으로 달렸다.
오후 7시 24분쯤 신오사카역에 도착한 이들은 택시를 타고 마이클이 잡아 놓은 간사이공항 맞은편의 호텔로 갔다.
이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14분쯤이었다.
이어 오후 9시 57분쯤 마이클과 자이예크 두 사람만 두 개의 검은 상자와 함께 호텔을 나섰다.



그때는 곤 전 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두 개의 상자 중 하나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간사이공항에 오후 10시 20분쯤 도착했다고 한다.
곤 전 회장이 숨은 상자는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자가용 비행기에 실렸다.
검은 상자와 함께 일행이 탑승한 비행기는 오후 11시 10분쯤 간사이공항을 이륙해 터키 이스탄불 공항으로 날아갔다.
"나는 지금 레바논에 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2월 31일 자신의 탈출을 알리는 곤 전 회장의 성명이 발표됐고,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한편 곤 전 회장의 공소 유지를 맡고있는 도쿄지검은 미·일 범죄인 인도조약에 근거해 미 사법당국에 마이클 부자의 신병을 넘겨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일본 언론은 미국에서의 인도 재판 절차 등으로 두 사람의 신병을 넘겨받기까지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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