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증가율 7.5%보다 줄어…"국방 과학기술 혁신적 발전 촉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 6.6%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 복잡한 환경 속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군사적 대비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고 내린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2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연례회의의 정부 업무 보고를 통해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 동기 대비 6.6% 늘린 1조2천680억500만위안(약 216조6천억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지난해 국방예산 증가율 7.5%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최근 10년 중 처음 6%대로 내려왔지만, 예산 절대 규모는 2011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국방예산 발표를 앞두고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군사전문가 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은 3% 성장을 예상했고 1명은 5~6%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 바 있다. 반면 3명은 예측이 어렵다고 답했고, 2명은 감소를 예상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던 것은 중국을 둘러싼 안보 및 경제환경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미중간에는 기존의 무역전쟁에 더해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고,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양국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는 만큼 군비 증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국 국방예산이 미국의 7천320억 달러(약 890조원)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에서, 중국 군부에서는 9% 증가율을 원한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게다가 중국이 2015년부터 추진한 군현대화 프로젝트를 올해 완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코로나19 대응 및 백신 개발에서 군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부분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올해 870만명에 이르는 대학졸업생의 고용문제가 대두된 상황에서 군이 이들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경제가 이미 하강압력을 받아온 가운데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8%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멈춰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요구되는 만큼, 군비 지출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GDP 대비 국방예산 비율이 약 1.3%였던 점을 들어 올해도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연동한 국방예산 증가가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시장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보다 높은 6.6% 국비 증가를 발표한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의사를 공식화한 가운데, 국방예산 발표를 통해서도 미국과의 '신냉전'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냉전 당시 소련이 붕괴한 원인 중 하나로 미국과의 과도한 군비경쟁이 꼽히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도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 지속에 따른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이날 정부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국방·군 강화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올해) 국방·군 개혁을 심화하고, 병참과 장비 지원능력을 늘리겠다. 국방 관련 과학기술의 혁신적 발전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분리주의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대만의 독립추구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도 군 발전을 위해 충분한 자금을 쓸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증가율이 둔화됐지만, 중국의 현 경제상황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군사전문가 웨이둥쉬(魏東旭)는 "국방예산 증가로 중국군의 주요 프로그램과 지출분야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계획대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중국의 실제 군비지출이 공식 발표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관측과 관련, 장예쑤이(張業遂) 전인대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국방지출은 적절하고 절제돼있다"면서 "중국에 음성적 군비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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