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자녀·증손자, 손편지와 그림으로 감사 인사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70년 전 우리 필리핀 군인들은 수십만명인 공산주의 적군들의 침입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것을 돕기 위해 자원해서 한국으로 갔습니다. 70년이 지난 오늘날 보이지 않는 인류의 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우리를 위해 한국 정부는 상징적인 방어선인 마스크를 보내주셨습니다."
6·25전쟁에 참전, 율동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콘라도 디 얍 필리핀 육군 대위의 딸인 이사벨리타 얍 아가논씨가 22일 한국 정부에 전달한 손편지의 내용 일부다.
아가논씨는 또 편지에서 "이번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그동안 끊임없는 지원을 통해 우리 국민의 삶 모든 면에서 사기를 진작시켜온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필리핀 마닐라 보훈처 강당에서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6·25전쟁 필리핀 참전용사협회와 필리핀군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5만장을 전달하는 행사에 참석해 이 같은 감사 편지를 보냈다고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전했다.
얍 대위는 6·25전쟁 당시 필리핀 제10 대대전투단 소속으로 1951년 4월 22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연천군 북방의 율동에서 중공군의 공격을 저지하면서 부하를 구출하려고 역습을 감행하다가 전사했다.
그는 지난해 4월 한국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이달의 6·25전쟁 영웅'으로 뽑혔다.
이번 마스크 전달은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김은기 공동위원장)가 22개 유엔참전국의 참전용사에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감사의 마스크를 지원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전달식에는 한동만 주필리핀 대사, 배정훈 국방무관과 필리핀의 마파구 국방보훈차관, 카롤리나 보훈처장 등이 참석했다.
한 대사는 "한국과 필리핀은 70년 전 한반도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함께 싸웠고, 70년이 지난 지금은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고 있다"면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파구 차관 등은 "이 어려운 시기에 한국과 필리핀은 굳건한 우정을 영원히 유지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필리핀 참전용사와 영웅들을 언제나 기억하고 지원해줘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날 전달식에서는 또 다른 필리핀 참전용사의 아들과 증손자가 각각 감사 편지와 '땡큐 코리아'라는 글을 넣은 태극기 그림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한국전쟁 당시 필리핀은 1950년 9월∼1953년 5월까지 연 7천420명을 파병했다. 올린 라모스 전 대통령도 참전했으며,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의 부친인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은 종군기자로 활약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18일 한국에서 출항한 필리핀 최신예 호위함인 '호세 리잘'(2천600t급)이 6·25전쟁 참전에 보은하는 의미에서 마스크 2만개, 방역용 소독제 180통, 손 소독제 2천개, 소독용 티슈 300팩 등의 방역물품을 싣고 23일 필리핀 수비크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