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난민단체 등 한목소리 비판…"잔학행위 종식 조치 안 취해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정부가 '인종학살' 피해를 본 로힝야족 보호를 위한 모든 조처를 하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dpa 통신 및 일간 미얀마 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미얀마 정부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운동가 무하메드 노우킴은 통신에 "미얀마는 로힝야족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진지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국제사회 앞에서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우킴은 ICJ 명령 이후에도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이 군의 포격 등에 의해 숨지거나 다친 수십 건의 사례를 방글라데시 내 난민단체들이 서류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달 각 정부 부처 및 지방 정부를 상대로 제노사이드(인종학살) 협약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들을 저지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미얀마의 인권활동가 스텔라 노는 "이런 지시는 솔직하지 못한 것이며, 책임을 군부로부터 돌리려는 목적"이라면서 "항상 해오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22일 성명을 통해 "미얀마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인종학살을 자행하지 말라는 대통령 명의 지시는 ICJ의 명령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잔학 행위를 종식할 의미 있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는 현실은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이양희 전 유엔 인권특별보고관도 같은 날 글로벌저스티스센터(GJC) 주최로 열린 화상 세미나에서 "슬프게도 로힝야족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진전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특별보고관은 로힝야족 차별과 박해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미얀마가 제노사이드 협약을 국내법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2017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끈 로힝야족 문제해결 자문위원회가 최종 보고서에서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것이 로힝야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서부 라카인주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반군이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그 여파로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아프리카의 무슬림 국가인 감비아는 무슬림계 로힝야족이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인종청소의 대상이 됐다면서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신해 지난해 11월 미얀마를 집단학살 혐의로 유엔 최고법정인 ICJ에 제소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를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ICJ는 이에 따라 올해 1월 미얀마 정부에 소수민족 로힝야족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권한 내의 모든 조처를 할 것을 명령하고 그 결과를 5월 23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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