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제사회 비난에 위축되지 않아…코로나 극복으로 대담해져"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직접 제정을 놓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 전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홍콩을 억제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이번 시도는 충동적 행동이 아니라 몇 달에 걸쳐 준비한 고의적 행동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분노를 계산에 넣기는 했지만, 자신이 치러야 할 커다란 지정학적 대가는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뒤 전격 행동에 나섰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특히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대처에 정신이 팔린 사이 중국이 최근 이웃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힘을 마구 과시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가 과거와 달리 이제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위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극복으로 대담해진 '시진핑 중국'이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해 홍콩과 같은 민족주의적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피에르 카베스탕 홍콩침례대학 교수는 "전에는 중국이 신중하고 전 세계에서 소프트파워를 쌓으려 노력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그런 시대는 시진핑의 출현과 함께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문은 시 주석의 홍콩보안법 제정이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단행한 크림반도 강제 병합의 '비폭력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당시 국제사회의 '왕따'가 되는 듯했으나, 지금도 여전히 크림반도를 지배하고 있다.
시 주석의 경우 무력 대신 법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독재자의 자신만만한 행동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NYT는 비판했다.
카베스탕 교수는 "(중국)공산당은 더는 반응에 신경쓰지 않는다. 왜냐면 이것은 생존, 일당체제의 안정성에 관한 문제이자 옛 소련의 운명을 피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홍콩은 점점 더 중국 체제의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3년에도 홍콩보안법을 추진했다가 대규모 반대 시위에 뜻을 접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라나 미터 옥스퍼드대 중국센터장은 "중국의 경제는 2003년에도 커지고 있었으나 세계 2위는 아니었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거대국가"라면서 "이제 더는 독재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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