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5천만년 전 데본기 대량멸종의 원인은 온난화와 오존 감소"

입력 2020-05-28 03:00  

"3억5천만년 전 데본기 대량멸종의 원인은 온난화와 오존 감소"
영국 연구팀 "현 온난화도 비슷한 오존 감소와 멸종 초래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3억5천900만년 전 데본기 말에 발생한 생물 대량 멸종 사태의 원인이 급속한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오존 감소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현재의 온난화도 비슷한 오존 감소와 멸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해양·지구과학과 존 E.A. 마셜 교수팀은 28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데본기 말 대량 멸종이 급격한 온난화로 인해 오존 감소로 강력한 자외선이 지표면에 더 많이 내리쬐면서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화석 연구 결과들은 데본기 말과 석탄기 사이에 종 다양성이 크게 감소하는 대량 멸종 사건이 있었음을 보여주지만,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데본기 말 대량멸종에서는 주로 식물들과 민물에 사는 수생 생물체가 멸종했다.
마셜 교수팀은 3억5천900만년 전 데본기 말 지층에서 강력한 자외선(UV)이 산림생태계를 붕괴시키고 물에 사는 어류와 사지동물(tetrapod)을 죽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견했다. 또 이런 멸종을 초래한 자외선 증가가 대규모 화산분출 같은 활동이 아니라 지구 기후 사이클의 한 부분으로서 온난화에 의해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동그린란드 극지 산악지대와 볼리비아 안데스산맥 등에서 데본기 말의 암석 표본을 채취, 화학물질로 암석 속에 있는 당시 식물들의 미세한 포자들을 추출해 분석했다.
그 결과 데본기-석탄기(D-C) 지질 경계 퇴적층에서 강력한 자외선-B에 노출돼 DNA가 손상될 때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가시털 기형 등이 있는 기형 포자들이 다수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런 기형들은 지상 식물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오존층이 일시적으로 감소해 자외선 같은 해로운 태양복사가 지상에 더 많이 도달해 생명체를 죽이거나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일으켰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데본기 말 대량멸종 시기가 빙하기 말의 온난화와 맞아떨어진다며 기온 상승으로 대기중에 오존 파괴물질인 일산화염소의 농도가 갑자기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특히 대기 중 오존 감소는 화산활동 증가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데본기 말 지층의 지질학적 분석에서는 화산활동 증가나 소행성 충돌 같은 사건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는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후변화가 생물 다양성의 급작스러운 대량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한다며 이는 대량 멸종이 일어나는 데 화산활동이나 소행성 충돌 같은 예외적인 사건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마셜 교수는 "현재 추정대로라면 지구 기온이 3억6천만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비슷한 오존층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기후 변화 상황에 처해 있는 인류는 기후 긴급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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