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 집회하는 극우 단체와 같은 취급…주최측 철회 요구 성명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도쿄도(東京都)가 간토(關東)대지진 혼란 속에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도식 주최 측에 부당한 서약서를 요구했다고 도쿄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 추도식은 매년 9월 1일 도쿄 스미다(墨田)구 요코아미초(橫網町)공원에서 일조(日朝)협회 도쿄도합회 등 일본 시민단체들 주최로 열리고 있다.
그런데 공원 관리 주체인 도쿄도는 작년 9월 이후 올해 추도식 신청 수리를 거부하다가 같은 해 12월 '공원 관리상 지장을 주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확성기는) 집회 참가자가 들을 수 있을 최소한의 음량으로 한다' 등의 조건을 붙인 서약서를 주최 측에 요구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일본 극우 단체가 추도식을 방해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인근에서 개최하는 집회와 같은 취급을 한 것이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이들은 지난해 확성기를 이용해 추도식을 방해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하기도 했다.
도쿄도는 지난해 충돌을 이유로 양측에 모두 서약서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도쿄도는 서약을 지키지 않으면 중지를 포함한 도쿄도의 지시에 따르고, 차후 추도식이 허가되지 않아도 '이의가 없다'는 내용까지 서약서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40년 이상 추도식을 개최해온 주최 측은 매년 조용하게 문제 없이 진행된 행사와 이를 방해하는 집회를 같은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약서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주최 측은 "우리의 추도식은 엄숙하게 조용히 거행되고 있어 도쿄도가 조건을 붙일 이유가 없다"며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쌓아온 추도의 역사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 지방에는 규모 7.9의 대형 지진인 '간토 대지진'이 발생했다.
10만5천여명이 희생될 정도로 피해가 컸는데,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자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
당시 독립신문의 기록에 따르면 이렇게 학살된 조선인의 수는 6천661명에 달한다.
과거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등 도쿄지사들은 재직 중 간토대학살 조선인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냈으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지사는 2017년부터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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