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회 겨냥 '쓴소리'…오바마 시절 발탁된 감찰관들 줄줄이 '축출'
민주 "트럼프, 독립적 공직자들 제거에 팬데믹 남용" 강력 성토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국방부 감찰관 대행을 지내다 지난달 자리에서 밀려났던 인사가 결국 한달여만에 사표를 던지고 떠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한 듯 '견제와 균형'이라는 화두를 던지고서다.
최근 각 부처의 '감시견' 역할을 하는 감찰관들이 줄줄이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며 수난사를 겪고 있다. 특히 '아웃'된 감찰관 대다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발탁된 인사들이어서 전임 행정부 출신 '솎아내기' 차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초 국방부 감찰관 대행에서 수석 부감찰관으로 '원대복귀'했던 글렌 파인은 이날 감찰관실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파인은 사직서에서 "이제 물러나서 다른 이들이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시간이 왔다"며 법무부 감찰관과 국방부 감찰관 대행 등으로 봉직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찰관들의 역할은 우리 정부 시스템의 힘"이라며 "그들은 투명한 방식으로 정부 작동을 향상하기 위한 독립적인 감시·감독을 제공한다. 그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우리의 제도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내가 그러한 제도의 일부였던 것이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감찰 당국의 인사들이 그들의 중요한 책임을 이행하는 데 있어 계속 성공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파인을 수석 부감찰관으로 복귀시키고, 션 오도널 환경보호청 감찰관이 국방부 감찰관 대행을 겸직하도록 했다. 또 정식 국방부 감찰관에는 제이슨 아벤드를 지명했다.
파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에 따라 의회를 통과한 2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 지출을 감독하는 인사였다. 파인은 당초 코로나19 예산에 대한 감사단 의장을 맡았으나 '감찰관 대행'직에서 쫓겨남에 따라 의장직도 같이 내려놓게 됐었다.
민주당은 이날 파인의 '퇴장'을 놓고 즉각 트럼프 대통령을 맹공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향해 진실을 기꺼이 말하고자 하는 정직하고 독립적인 공직자들과 감찰관들을 제거하기 위해 어떻게 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남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다 많은 실례를 날마다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인의 퇴장은 최근 잇단 감찰관 '축출'의 연장 선상에서 읽히는 것이다. 대부분 관련 인사가 금요일 밤에 기습적으로 내려지면서 '금요일밤의 학살'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앞서 지난 15일 밤 알려진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 해임은 그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갑질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이던 중 이를 알게 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질을 건의한 데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며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한 바 있다.
그로부터 2주 전 금요일인 지난 1일에는 보건복지부 감찰관 크리스티 그림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발표가 나왔다. 지난달 3일에는 마이클 앳킨슨 정보기관 감찰관이 해임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리닉 감찰관 해임 논란과 관련,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감찰관들이 교체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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