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편투표가 선거조작 유발" 트윗에 '팩트 확인하라' 경고문
20년전 여성 죽음 음모론 트윗에 남편 '내려달라' 호소편지 공개된 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에 마침내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경고 딱지를 붙였다.
트위터를 적극 활용해 사실과 다른 주장 또는 특정 인물에 대한 인신공격을 제기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위터 측이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가 자신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성 매체들과 함께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는 26일(현지시간) 우편 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2건 아래에 각각 파란색 느낌표와 함께 '우편투표에 대한 사실을 알아보라'는 경고 문구를 삽입했다.
경고 문구를 클릭하면 '트럼프는 우편투표가 유권자 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했다'는 제목으로 이에 관한 CNN 방송 등의 언론 보도, 기자들의 트윗 등을 모아놓은 '팩트 안내' 화면이 나온다.
이 화면에서 트위터는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직접 편집한 요약 설명을 제공한다. 트위터는 요약 설명을 통해 "트럼프는 우편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거짓 주장을 했다"면서 "그러나 팩트체커들은 우편투표가 유권자 사기와 연관돼 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팩트체크를 시작했다"고 전했고, 로이터 통신도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을 사상 처음으로 팩트체크했다"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 또는 위협적 게시물에 대해 수년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압력을 받은 끝에" 트위터가 이날 행동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위터는 이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허위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을 새로 도입한 이후 이를 선거 등 다른 분야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회사 측도 확인했다.
트위터는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 트윗들은 투표 절차에 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담고 있어서 우편투표에 관한 추가적인 맥락을 제공하기 위해 라벨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트위터의 이번 '경고 라벨' 부착은 한 남성이 아내의 죽음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음모론 트윗을 내려달라고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된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조치다.
NYT를 통해 이날 공개된 서한에서 티머시 클로수티스는 지난 2001년 7월 당시 조 스카버러(공화) 상원의원의 플로리다주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내 로리(당시 28세)가 마치 스카버러 전 의원에 의해 살해된 것처럼 주장하며 재수사를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맹비난했다.
그는 아내의 죽음에 관한 가짜뉴스와 억측으로 받은 고통을 전하면서 "내 요구는 단순하다. 제발 이 트윗들을 삭제해달라"고 도시 CEO에게 호소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앙숙이자 현재 MSNBC 프로그램 '모닝 조'를 진행하는 스카버러를 공격하기 위해 당시 그의 인턴이었던 로리 클로수티스의 죽음을 "미해결 사건"이라고 지칭하며 살해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불륜에 이은 살인 사건일 가능성까지 에둘러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스카버러는 플로리다가 아닌 워싱턴DC에 있었고, 로리 클로수티스는 심장문제 때문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과정에서 머리를 책상에 부딪혀 사망했다고 AP가 전했다.
남편의 호소에도 트위터는 애도의 뜻만 표하고 문제의 음모론 트윗은 삭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서비스약관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날 자신의 트윗에 경고 딱지가 붙은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 트윗에서 "이제 트위터가 2020년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며 "그들은 가짜뉴스 CNN, 아마존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크를 근거로 우편투표에 관한 엄청난 부패와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 발언을 부정확하다고 말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는 언론의 자유를 완전히 억압하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나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재선캠프의 브래드 파스케일 선대본부장도 성명을 내 "트위터가 편견에 가득 찬 가짜뉴스 미디어의 팩트체커들과 협력한 것은 그들의 정치적 책략에 엉터리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한 연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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