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 시위 예고됐으나, 대중교통 방해·총파업 등 무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 국가(國歌)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이 27일 홍콩 의회에서 심의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국가법 초안을 2차 심의한다. 이날 심의를 거쳐 국가법은 이르면 다음 달 4일 입법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중국 국가를 장례식에 사용하거나, 공공장소 배경 음악, 상업광고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풍자나 조롱의 목적으로 노랫말을 바꿔 부르는 행위도 금지한다.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대는 행동 역시 금지된다. 이는 미국식 경례이며, 중국식으로는 차렷 자세로 경의를 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콩 교육부 장관은 각 학교에 중국 국가와 관련된 지침을 내려서 학생들이 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조항들을 어기면 최고 징역 3년 형이나 5만 홍콩달러(약 800만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반감이 심한 홍콩에서는 국제 축구 경기 등이 시작되기 전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되면 관중석에 있는 축구 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내거나 반중 구호를 외치는 일이 흔하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에 이어 국가법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반중 시위의 뿌리를 뽑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 시위대는 이에 맞서 이날 입법회 주변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아침 출근길 대중교통 방해 운동과 함께 '3파(罷) 투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3파 투쟁은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를 말한다.
이에 경찰은 입법회와 정부청사 주변의 도로를 봉쇄하고 대형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으며, 3천여 명의 병력과 함께 물대포, 장갑차 등을 배치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시위 활동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훙함, 정관오 지역 등의 도로 위에서 못이 발견되고 일부 지하철역에서 승차 방해 운동이 벌어졌으나, 예고됐던 대규모 교통 방해 운동은 벌어지지 않고 아침 출근길 교통은 원활할 흐름을 유지했다.
이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내려졌던 중등학교 휴교령이 해제되는 날이었으나, 화염병, 고글, 헬멧 등을 소지한 10대 학생 5명이 체포됐을 뿐 동맹휴학 움직임은 없었다.
지난 24일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에 1만 명에 못 미치는 시민이 참여하는 등 홍콩의 시위 참여 열기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보다 확연히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매년 6월 4일 '톈안먼(天安門) 시위' 기념 집회를 개최하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가 예고했던 오는 31일 도심 행진도 무산됐다.
경찰은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31일 도심 행진을 불허했으며, 이에 지련회는 시내 곳곳에 선전 부스를 설치하고 톈안먼 시위 등을 알리는 활동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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