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리전 격화하나…"러시아, 반군 지원하려 전투기 배치"

입력 2020-05-27 16:01   수정 2020-05-27 16:07

리비아 대리전 격화하나…"러시아, 반군 지원하려 전투기 배치"
미군 분석결과…러, 용병단 이은 공군력 투입에 개입수준 상승
리비아는 열강 각축장…러시아·사우디·UAE·이집트 vs 터키·카타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러시아가 리비아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을 지원하고자 미그-29 전투기를 파견했다고 미군이 주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는 26일(현지시간) 리비아 중부 알주프라 공군기지 활주로에 미그-29 전투기가 서 있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 15장을 공개했다.
스티븐 타운센드 미군 아프리카 사령관은 "러시아는 오랫동안 리비아 내전에 개입해왔다는 사실을 전면 부인해왔는데 이제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투기가 러시아에서 시리아로 오던 중 시리아에 기착해 재도색을 거쳐 러시아 위장무늬를 지웠다면서 러시아가 리비아에 군사적으로 깊이 개입하는 것을 숨기려 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러시아가 리비아에 보낸 전투기가 적어도 14대라고 보도했다.
WSJ은 전투기가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원하는 러시아 사설 보안업체 '와그너그룹'을 위해 파견됐다고 분석했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보안업체로 알려졌으며 러시아는 2019년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원하고자 이 업체를 통해 용병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타운센드 사령관은 "러시아 용병들이 전투기를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용병이든 LNA든 전투기를 무장시키고 유지하려면 군수 측면에서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투기 파견은 러시아의 리비아 내전 개입 수준을 크게 높이는 일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들이 난립하며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이후 2014년부터 유엔이 승인한 리비아통합정부(GNA)와 동부의 LNA가 내전을 벌이고 있다.
LNA는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으며 GNA는 터키와 카타르의 지원을 받는다.
이에 석유가 풍부한 리비아를 두고 러시아와 터키를 위시한 양 진영이 '대리전'(Proxy War)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가 리비아 내전과 관련해 '정치적 결과물'을 만드는 데 영향력을 높이고자 전투기를 파견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아길라 살레 리비아 동부 의회 의장과 전화에서 분쟁 당사자들의 즉각적인 휴전과 정치적 협상을 촉구했다.
중동문제 전문가로 리비아에서 복무한 전 미군 무관 프레더릭 웨리는 WSJ에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공군력을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터키가 리비아 제공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파견한 전투기들은) 최근 지상전에서 GNA가 얻은 성과를 되돌리기엔 유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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