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0.25%P 인하…"국내경제 성장세 크게 둔화"(종합2보)

입력 2020-05-28 10:56   수정 2020-05-28 11:36

한은, 기준금리 0.25%P 인하…"국내경제 성장세 크게 둔화"(종합2보)
두달새 0.75%p 인하…'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p) 또 낮췄다.
앞서 지난 3월 16일 '빅컷'(1.25%→0.75%)을 단행하며 사상 처음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지 불과 2개월 만에 추가 인하한 것이다.
그만큼 한은이 최근 수출 급감,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성장률 추락 등으로 미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타격이 예상보다 더 크고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와의 격차는 0.25∼0.5%포인트(p)로 좁혀졌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국내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소비가 부진하고 수출도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졌다. 고용 상황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며 경제 전반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학계·연구기관·채권시장 전문가들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동결보다 다소 큰 것으로 점쳤다.
무엇보다 수출, 성장률 경제 지표들에서 코로나19 충격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가 '대공황급'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특히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사실 채권시장에선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간 문제로 받아들였다.
지난 4월 수출액이 작년 동월 대비 24.3% 감소, 2016년 2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에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5월 들어 20일까지 수출도 20.3% 줄었다.
이런 수출 급감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 자체도 뒷걸음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4%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수출과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 경제 상황도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달 6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예상값은 평균 -32%로 조사됐다. 미국의 GDP 증가율이 1분기(-4.8%)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아예 지난 22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연례회의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른바 'D(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공포도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 지표)'는 작년 같은 달보다 0.1% 오르는 데 그쳐 1999년 12월(0.1%) 이후 2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가 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나서며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 만큼 통화당국도 이에 공조해야 한다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도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한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을 앞두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시장금리 상승을 억제할 필요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날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포함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낮춘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등 이른바 '한국판 양적 완화'에 나섰다. 유동성 공급을 위한 거의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나아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기구(SPV)에도 8조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은의 이같은 '광폭 행보'는 미 연준이 지난 3월 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빅컷'을 단행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때까지 한은은 '신중론'을 유지하다가 코로나19에 대한 미 연준의 선제적 대응을 계기로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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