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등 온갖 식물 먹어치워"…살충제·연기로 대응하지만 한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폭염 등에 시달리는 인도 북부가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로 덮친 메뚜기떼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28일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파키스탄에서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로 넘어온 엄청난 규모의 메뚜기떼가 북부 마디아프라데시주, 우타르프라데시주 등을 가로지르고 있다.
애초 일부 전문가들은 메뚜기떼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수도 뉴델리를 덮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풍향 등의 영향으로 메뚜기떼는 뉴델리 남쪽 200㎞ 지점에서 동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 당국은 "메뚜기떼가 뉴델리를 지나갈 것 같지는 않다"며 "하지만 메뚜기들은 농작물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식물을 먹어치우며 심각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땅 메뚜기'(desert locust)는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에서 주로 서식하면서 이란과 파키스탄 너머까지 이동해 해를 끼친다.
이집트 땅 메뚜기는 바람을 타면 하루에 최대 150㎞를 이동할 수 있다.
성충은 하루에 약 2g을 먹는데, 한 떼가 보통 수천만 마리인 탓에 소규모 떼라도 하루에 사람 3만5천명 소비량과 맞먹는 양의 작물을 먹을 수 있다.
인도 당국은 피해 지역에 메뚜기 대응 전문 50여개 팀과 소방관을 파견했고 차량과 드론을 동원해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메뚜기떼의 규모가 워낙 커 이동을 막는 데 역부족인 상황이다.
주민들도 호루라기 등으로 소음을 내고 연기를 피우며 피해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국은 메뚜기떼가 인도 북부와 서부 7개 주를 휩쓸며 5만헥타르 규모의 농경지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인도 메뚜기경고기구(LWO)의 KL 구르자르는 인도에 이런 규모의 메뚜기떼가 발생한 것은 1993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라며 "최근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메뚜기가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작년 12월∼올해 2월에도 메뚜기떼로 피해를 봤다. 이번 메뚜기떼는 이전보다 이동이 빠르고 식성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 북부는 최근 섭씨 40도 중후반에 달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분위기다.
28일 오전 8시 현재 누적 확진자 수는 15만1천767명(사망자 4천337명)으로 집계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27일 6천387명 등 6일 연속으로 6천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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