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후폭풍'…중국경제에 톈안먼 사태급 충격주나

입력 2020-05-28 16:56   수정 2020-05-29 08:12

'홍콩보안법 후폭풍'…중국경제에 톈안먼 사태급 충격주나
"홍콩은 中경제 핵심 톱니바퀴"…코로나 충격 속 고통 가중
미중 '대결별' 시작…무역합의 파기·EPN 등 '파상공세' 예고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법제화를 끝내 강행하고, 미국은 강력 제재를 예고하면서 중국 경제에 '톈안먼 사태급' 혹은 그 이상의 충격파가 닥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가뜩이나 중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충격에 흔들리고 있었기에 향후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한층 커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 조치'를 경고한 가운데 미국은 홍콩보안법 강행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따라 보장되는 홍콩의 자율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했다고 간주하면서 중국에 대한 제재에 나설 태세다.

홍콩보안법 강행에 따른 미국의 제재는 보편 가치인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훼손에 따른 '응징'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태 이후 미국 등 서방이 취한 제재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등 서방 제재가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가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 3.8%로 주저앉은 바 있다.
'매우 긴 목록'의 다양한 제재 방안이 거론되지만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박탈할 것인지가 우선 최대 관심사다.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미국은 관세·투자·무역·비자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대우를 보장해왔다.
홍콩 특별 지위의 일시 중단 또는 영구 박탈은 먼저 홍콩에 직접 영향을 주겠지만 홍콩과 한 몸으로 엮인 중국에도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콩 미상공회의소는 최근 낸 성명에서 "주요한 국제 비즈니스 및 금융 중심으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약해진다면 (미국과 중국) 누구도 이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고도로 자유화된 시장 환경을 갖춘 홍콩은 특히 금융과 무역 등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과 세계 경제를 잇는 핵심 관문의 역할을 해 왔다.

로이터 통신도 "홍콩은 중국 경제의 필수적인 톱니바퀴라며 "중국이 아직도 종종 금융시장과 은행 시스템에 간섭하지만 홍콩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열려 있는 경제이자 가장 큰 주식·채권 시장 중 하나"고 지적했다.
홍콩 주식·채권 시장을 통해 중국은 외국 자본을 대거 끌어들인다. 홍콩 증시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같은 중국 굴지의 기술기업부터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이 상장해 있다.
최종적으로 중국으로 흘러가는 외국인 직접투자 중 복잡한 '금융 공학'을 거쳐 상당 부분은 홍콩을 거쳐 간다.
중국의 대외 무역에서도 홍콩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많은 기업이 달러 거래의 편리성, 세제 혜택, 규제 위험 회피 등의 다양한 이유로 홍콩을 거쳐 중국에 상품을 수출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홍콩은 금액 기준으로 중국, 미국, 베트남 다음으로 한국의 4번째 수출 대상 지역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와 화장품을 포함한 상당수 제품의 최종 종착지는 중국 본토에 있는 기업들이다.
비슷한 이유로 중국 기업들도 홍콩을 거쳐 미국 등 세계 각지에 상품을 수출한다. 특히 무역전쟁 와중에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홍콩은 무거운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중국 기업들의 우회로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홍콩 특별지위 박탈 또는 중지는 중국과 외부 세계와의 경제적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에 큰 불확실성의 그늘을 드리우게 될 전망이다.
나아가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미중 간 '대(大)결별'(the Great Decoupling·그레이트 디커플링)을 촉진하는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 간 '신냉전'이 사실상 막을 올린 가운데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파기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중국 견제 목적이던 인도·태평양 전략 수준을 넘어 아예 노골적인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상을 본격화하고 세계 주요국에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 중이다.
서방 선진국보다는 다소 사정이 낫기는 하지만 중국도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서 이런 미국의 파상적인 공세는 코로나19라는 국난을 맞아 민생을 안정시켜야 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심각한 도전을 안기고 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6.8%로 중국은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경험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중국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경제성장률 목표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는 중국 경제가 처한 '시계 제로'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전문가는 홍콩 특별지위 박탈로 인한 충격이 우선 무역 분야에 즉각 닥치고, 금융 분야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추다성(邱達生) 대만 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앙통신사에 "일단 홍콩이 관세와 관련한 특별 지위를 잃게 된다면 홍콩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비즈니스 활동은 제한되게 될 것"이라며 "홍콩에서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홍콩의 금융 허브 지위가 더 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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