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 빨리 재개하려는 의도"…롬바르디아주는 "사실과 달라" 부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거점인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감염 수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건 분야 싱크탱크인 'GIMBE 재단'을 이끄는 니노 카르타벨로타 이사장은 28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롬바르디아 당국의 일일 수치 보고 지연과 완치자 과대 집계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롬바르디아 통계에 이상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며 "이것이 확진자 수를 일정 수준 밑으로 유지하려는 필요성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북서부 발레 다오스타와 오스트리아 접경 지역인 트렌티노-알토아디제(독일어 지명 남티롤) 등을 제외한 다른 주의 검사 건수가 너무 적다면서 이 역시 정확한 감염 실태 공개를 피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데 다오스타와 트렌티노-알토 아디제가 주민 10만명당 4천200건가량의 검사를 한 데 비해 롬바르디아와 피에몬테, 리구리아, 에밀리아-로마냐 등은 1천200∼1천500여건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카르타벨로타 이사장의 이러한 주장은 중앙정부가 롬바르디아를 비롯해 감염률이 높은 지역의 경우 내달 3일 예정된 전국적인 이동·여행 자유 지역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통계로 장난을 쳤다면 이는 명백히 바이러스를 통제하려는 목적이 아닌, 가능한 한 빨리 모든 사회·경제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롬바르디아와 리구리아, 피에몬테 등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어 이동·여행 자유화 대상에 포함돼선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날 발표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3만1천732명으로 전날보다 593명 늘었다. 사망자 규모는 70명 증가한 3만3천142명이다.
전체 누적 확진자에서 롬바르디아(8만8천183명), 피에몬테(3만445명), 에밀리아-로마냐(2만7천701명), 베네토(1만9천125명), 리구리아(9천605명) 등 북부 5개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71.7%에 달한다.
이들 5개 주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542명)도 절대 다수인 91.4%다.
카르타벨로타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롬바르디아주는 "매우 심각하고 모욕적이며 무엇보다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롬바르디아 당국은 모든 통계 수치가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의 감수를 받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며 지금까지 누구도 통계 관련 의문을 제기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국가 방역 업무를 총괄하는 시민보호처가 전국 20개 주에서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사망자 수치를 취합한 뒤 ISS의 승인을 거쳐 일일 감염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다만, 롬바르디아의 해명에도 이탈리아 일일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 부호를 다는 시선은 여전하다.
앞서 시민보호처는 지난 24일 일일 감염 통계 발표에서 신규 사망자가 그 전날(119명)의 절반 이하인 50명으로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롬바르디아주 집계 수치가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음 날 해당 지역에서 사망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발표가 나와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실제 롬바르디아에선 하루 전인 23일 56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그날 이후에도 각각 34명(25일), 26명(26일)의 사망자 수가 집계된 바 있다.
특히 당일 롬바르디아주 도시 브레시아시가 2명의 사망자 수를 보고했으나 정작 주 집계에선 이 수치가 무시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키웠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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