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기간의 유방암 억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입력 2020-05-29 15:58  

"임신 기간의 유방암 억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cMYC 발암 유전자 차단…유방 세포는 노화 상태로 암 회피
미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25세 이전에 임신하는 여성은 유방암 발생 위험이 30%가량 주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그런데 임신이 유방암 위험을 줄이는 생리적 메커니즘이 동물 실험에서 처음 밝혀졌다.
임신 상태에선 유방 세포가 cMYC라는 강력한 발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했다, 또한 유방 세포는 '노화 직전(pre-senescence)' 상태를 유지하면서 암의 형성을 피했다.
미국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CSHL)의 카밀라 도스 산토스 조교수팀은 27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생쥐가 임신하면 cMYC 유전자가 억제되고, 대신 한 무리의 노화 촉진 유전자가 활성 상태로 변한다는 걸 발견했다.
노화 세포는 성장하지도 죽지도 않는 '회색 지대(gray zone)'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추후 가해지는 압력에 따라 그대로 노화 상태로 머물거나, 죽거나, 아니면 과도하게 성장해 암세포가 된다.
임신 기간의 유방 세포는 노화 상태로 계속 있으면서 암으로 변하는 다른 경로를 피하는 셈이다.
산토스 교수는 "매우 강력한 시스템이긴 하나, 이게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지면 암이 발생한다"라면서 "어떻게 하면 노화 세포가 이런 혼란에 빠지는 걸 차단할 수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정상적인 세포 발달 과정이, 세포와 암 촉진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사례는 임신 외에도 더러 있다.
임신 상태에선 유방 세포를 암의 낭떠러지로 끌고 가는 유전자가 켜지는 것과 동시에 발현을 봉쇄하는 신호가 나올 거로 연구팀은 추정한다.
유방 세포가 cMYC 유전자의 발현을 어떻게 억제하는지도 확인됐다,
비밀의 열쇠는 유방 세포의 DNA 개폐에 있었다. 임신하면 곧바로 개폐 방식이 달라졌다.
산토스 교수는 요요(yo-yo) 장난감에 비유해 이를 설명했다.
요요의 정중앙에 DNA의 크로마틴 단위체인 뉴클레오솜이 있다고 가정하면, 요요를 길게 펼칠 땐 DNA가 개방돼 전사 인자가 유전자를 온·오프할 수 있다. 그러나 요요를 당겨서 접으면 DNA가 닫혀 전사 인자가 크로마틴과 결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방 세포는 남은 임신 내내 이런 식의 DNA 개폐 패턴을 반복했다.
현재 산토스 교수팀은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방 조직 오르가노이드에 실험 중이다. 오르가노이드는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소형 유사 장기나 조직을 말한다.
아울러 임신한 생쥐 세포를 새끼를 밴 적이 없는 생쥐에 이식해, 암 억제 능력이 강해진 세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실험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신약 개발 표적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면 임신 기간과 비슷하게 사춘기나 노년기에도 암을 억제하는 숨겨진 기제가 작동하는지 등이 연구 과제로 검토될 듯하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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