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확진자, 인구 규모 비슷한 이탈리아의 10배 이상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 속 경제 위기 우려해 '생활 방역' 전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 걸프지역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흐름이다.
30일(현지시간) 각국 보건당국의 공식 집계를 종합하면 29일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6천395명으로 집계됐다.
22일 7천명이 넘었다가 이후 감소하는 듯 했지만 25일부터 닷새 연속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각국의 일일 검사 건수가 별다른 변동이 없는 만큼 신규 확진자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감염의 '밀도'가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수 추세는 나라마다 다소 다르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최근 내림세인 반면 카타르는 29일(1천993명) 최다를 기록하면서 사우디보다 많았다. 오만도 이날 최다치(811명)였고,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이번 주 들어 하락세가 반등했다.
29일 기준 이들 6개국의 누적 확진자는 21만여명으로 인구와 인구당 검사 건수가 비슷한 이탈리아(23만여명)에 근접했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10배 이상 많다.
걸프 지역에서는 초기에 이란을 다녀온 자국민이 감염원이었지만, 이후 외국인 이주 근로자의 단체 숙소, 자국민 지역사회에서 집단 발병이 나타났다.
이처럼 '감염 곡선'이 꺾어지지 않았는데도 걸프 지역은 학교를 제외하고 통행금지, 공공시설 폐쇄, 항공편 중단과 같은 봉쇄 조처를 서서히 완화하는 '생활 방역'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코로나19 완전 종식이 요원한 가운데 석 달째 접어든 봉쇄 조처로 커지는 경제적 위기를 마냥 지켜만 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해서다.
'종식 뒤 정상 복귀'에서 '통제 속 공존'을 선택한 셈이다.
사우디는 이달 30일, 다음 달 20일을 기준일로 잡아 단계적으로 통행 금지 시간을 단축하고 도소매점 영업을 점차 허용하는 '정상화 계획'을 28일부터 시행했다.
사우디 정부는 위생 수칙을 얼마나 지키느냐에 따라 봉쇄 조처를 강화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 21일부터 통행·영업 금지가 완전히 풀린다.
이슬람 성지 메카를 제외하고 메디나의 예언자 사원(모스크) 등 전국 모스크 9만여곳도 31일 두 달 반 만에 다시 문을 연다. 국내 항공편 운항도 31일 재개된다.
UAE는 30일부터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2시간 줄였다. 두바이 지방정부는 29일부터 공용 해수욕장과 공원을 다시 개방했고 재택근무 비율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UAE는 전염병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헬스클럽, 수영장, 영화관 영업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한다는 조건으로 허가했다.
쿠웨이트는 30일까지 시행한 24시간 통행금지령을 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오만도 29일 수도 무스카트의 통행금지령을 7주 만에 해제하고 31일부터 공무원의 50%가 출근 근무한다.
바레인은 다음 달 5일부터 모스크에서 금요 대예배를 다시 시작한다.
걸프 지역 6개국의 확진자가 최근 급증했으나 사망자는 1천3명에 그쳐 치명률은 0.5%로 낮은 편이다.
공격적 대규모 검사로 분모인 누적 확진자수가 빠르게 늘어난 데다 주요 발병 집단인 외국인 이주 근로자의 나이대가 젊은 편이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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