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주·러시아·인도 초청의사…6월 회담개최 불투명에 中견제용 해석
G7 불신속 새 체제 필요성도 시사…러시아 거부감·회원국 반응 변수 많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올해 예정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을 추가로 초청하자는 입장을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존의 G7 외에 한국과 호주, 러시아, 인도를 추가해 11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시기는 9월 열리는 뉴욕 유엔총회 전후로 제시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 이후에 개최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최고의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7개국을 말한다.
외신은 일단 6월에 미국에서 개최하려던 G7 정상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못한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미국은 내달초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터지면서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그러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말 워싱턴에서의 오프라인 회의를 다시 제시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불참 의사를 밝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확답을 않는 등 일정이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AP통신은 이번 깜짝 발표는 메르켈 총리가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경우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G7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미국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이 계획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G7은 매년 돌아가면서 맡는 의장국이 정상회의에 비회원국을 초청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초청 발언도 이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질서의 새판짜기 차원에서 G7을 대체할 다른 선진국 클럽 출범을 염두에 뒀거나 그 비슷한 속내를 은연중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확대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기존의 G7 체제가 매우 구식의 국가그룹이라는 문제의식과, 정상회의 참가국을 확대해 중국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는 이유가 그것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 코로나19 확산 책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문제를 놓고 '신(新) 냉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면 충돌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확대 정상회의는 다분히 중국 견제용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견제에 힘을 실어달라는 미국의 압박이 새로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은연중에 가해질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로서는 미중과의 관계에서 외교적 부담이 될수도 있다.
눈여겨볼 지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G7 체제가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적절히 대표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G7+4 정상회의 제안이 일회용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새로운 '선진국 클럽' 구축 의도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유럽 주요국과 무역, 안보 등에서 잇단 파열음으로 관계가 소원해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미국과 좀더 끈끈한 관계라고 볼 수 있는 한국과 호주를 포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또 인도의 경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국가이고,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G8으로 받아들이길 요구해온 나라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G7에 4개국을 추가해 G11 구조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고 기존 G7 회원국의 동의를 얻는다면 현재 주요20개국(G20) 회원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최고 선진국 클럽에 들어가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G11을 염두에 뒀다고 해도 본인의 뜻대로만 진행되지 못할 공산도 있다.
우선 기존 G7 회원국 내에 러시아 거부감이 크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91년부터 준회원처럼 참여하다 1997년 정식 참여하면서 G7이 G8으로 확대됐지만 2014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줄기찬 요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러시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을 제외한 다른 G7 회원국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이번 회의에 러시아가 참석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나 인도, 호주의 참여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확대 정상회의에 대해 G10 또는 G11이라고 묘사하면서 추가 초청을 희망한 다른 4개국 지도자들에게 대략적으로 말을 꺼냈다고 밝혔다고 AFP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국가를 추가로 초청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이 G7을 영구적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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