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 분쟁해역에 방공식별구역 계획 중"

입력 2020-06-01 12:52   수정 2020-06-01 17:56

"중국, 남중국해 분쟁해역에 방공식별구역 계획 중"
SCMP, 미중 군사긴장 고조 속에 익명 군관계자 인용 보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이 10년 전부터 영유권 분쟁해역인 남중국해와 관련한 방공식별구역(ADIZ)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1일 SCMP에 따르면 한 익명의 중국군 관계자는 "제안된 방공식별구역은 (분쟁해역인)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東沙群島), 파라셀 군도(시사군도·西沙群島·베트남명 호앙사군도), 스프래틀리 제도(난사군도·南沙群島,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를 포함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 당국은 2010년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뒤 2013년 실제 선포한 바 있는데,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도 2010년부터 검토됐다는 게 이 소식통 설명이다.
중국 당국이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위한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고 있으며, 대만 국방부도 지난달 4일 중국의 계획에 대해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최근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익명의 군 관계자가 나서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방공식별구역 계획에 대해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앞서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입법을 강행한 지난달 28일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파라셀 군도에 함정을 보냈고, 중국이 이를 퇴거시킨 바 있다.
일부 매체는 중국군이 오는 8월에 대만이 실효 지배 중인 프라타스 군도 점령을 상정한 대규모 상륙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뤼리스(呂禮詩) 전 대만 해군학교 교관은 "중국은 최근 몇 년간 피어리 크로스 암초(융수자오·永暑礁) 등의 활주로·레이더 건설을 비롯한 남중국해 인공섬을 건설·개발해왔다"면서 "이는 모두 방공식별구역 계획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또 "최근 위성사진을 보면 중국군이 피어리 크로스 암초에 KJ-500 조기경보기와 KQ-200 대잠초계기를 배치했다"면서 "이곳에 냉난방시설이 건설 중인데, 고온다습하고 염분이 많은 환경에서 전투기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전투기도 조만간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해군 소장 출신의 군사전문가 리제(李傑)는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탐지·전투능력 및 기타 인프라시설 등이 갖춰질 때까지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기다린다"면서도 "적절한 때가 있으면 중국이 더 일찍 발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2013년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도 일본과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 분쟁 때문에 계획보다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중국군 소식통은 남중국해는 동중국해보다 넓어 순찰에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면서 "중국이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주저하는 것은 수많은 기술·정치·외교적 고려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부의 드루 톰프슨은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 관계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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