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 번진 흑인사망 시위에 코로나19 확산 우려

입력 2020-06-01 16:05   수정 2020-06-01 17:17

미 전역 번진 흑인사망 시위에 코로나19 확산 우려
전 FDA 국장 "미국 코로나19 유행 안끝나…시위가 새 감염경로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의 목을 짓눌러 사망케 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스콧 고틀리프 박사는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시위가 새로운 감염경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틀리프 박사는 "미국은 아직 코로나19 유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감염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확산세로 우리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지역사회 감염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에릭 가세티 시장은 시위대가 코로나19 검사소를 문 닫게 한 지난 30일 "시위로 슈퍼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시위 때문에 앞으로 약 2주간 감염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애틀랜타시 케이샤 랜스 보텀 시장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이번 주 안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요청했다.
팬데믹을 연구한 의료사(史) 학자인 하워드 마르켈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시위 참가자들은 매우 가깝게 모여있게 된다"면서 "시위가 야외에서 벌어지긴 하지만 감염이 거의 방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독감'이 유행한 1918년 필라델피아와 디트로이트 등에서 전쟁비용 모금을 위한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였다가 독감이 확산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마르켈 박사는 경찰이 최루가스와 최루액 분사기를 사용해 시위대가 말 그대로 눈물과 콧물을 쏟고 있는 점도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주로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그는 "시위 참가자들은 감정이 격해지는 탓에 자신들 곁에 누가 있는지, 누가 마스크를 썼고 안 썼는지를 인지하지 못한다"면서 "(시위대 중에) 무증상 감염자도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위험도 엄청나게 크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세계보건연구소(GHI)의 아시시 자 박사는 경찰이 시위대를 체포·구금·이송하는 행위도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며 시위대에는 폭력자제, 경찰에는 자제력 발휘를 당부했다.
시위가 야외에서 열려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밴더빌트대 감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샤프너 박사는 "바깥공기는 바이러스를 희석하고 감염성을 낮춘다"면서 "미풍까지 분다면 공기 중 바이러스는 더 희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위 참가자가 주로 젊은 층인 점을 지적하며 "이들이 나이가 들고 취약한 가족과 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순 있지만, 본인들은 감염병에 걸려도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는 각각 183만7천명과 10만6천여명에 달한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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