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지원으로 결정 쉽지 않아…첨단 기업 중심으로 효과 기대"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밝힌 리쇼어링(Reshoring) 확대 방안에 대해 산업계는 전체적인 취지는 환영하지만 실제 유턴기업이 증가할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반응이 많았다.
정부의 방안에는 유턴기업에 대해 공량총량제 범위내에서 수도권 부지를 우선 배정하고, 입지·시설투자와 이전 비용 등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는 한편 해외사업장 생산량을 50% 줄이지 않더라도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국내로 유턴하길 희망하는 기업에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본다"며 "과거에는 유턴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이 까다로웠는데 해당 규제가 완화되면서 그런 문제가 해소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해외에서 사업 확대가 어렵거나, 국내에 기회가 있어서 돌아오는 유턴기업들에는 유의미한 지원책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결정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관련 법제도 등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높은 인건비를 리쇼어링이 어려운 가장 걸림돌로 꼽았다.
미중 무역갈등 속 각국이 리쇼어링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인건비 해결 없이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하기 어려운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노동 생산비용이 높아졌고, 에너지 비용이 커진 것이 원인"이라며 "정부의 지원책은 일시적인 비용을 낮춰주는 것인데 이것만으로 리쇼어링이 활발하게 이뤄지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수도권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주면서 고비용 생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기업들의 3대 요구는 노동 유연화, 세금부담 완화,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인데 이 3가지 핵심에 대한 내용이 거의 빠져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인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없고, 투자세액공제도 제외됐다.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실제 대기업 관계자들도 정부의 지원책은 환영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미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리쇼어링 정책 속에 국내 글로벌 기업에 대한 생산기지 유치 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정도로는 유인책이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157개 응답 기업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비책으로 해외 생산 기반의 국내 이전을 뜻하는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은 3%에 불과했다.
이들은 기업들의 낮은 리쇼어링 수요를 높이기 위해 '세제혜택·연구개발(R&D) 지원 등 기업 지원제도'(32.5%), '노동 규제 완화'(24.8%), '판로 개척 지원'(20.1%), '리쇼어링 기업 인정 기준 확대'(10.7%)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 저해 이유는 '고임금'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조립 위주의 제조업은 인건비 싸움인데 국내는 특별수당, 제 52시간제 등이 부담이 된다"며 "국내 산업안전보건법 등 각종 규제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거점 지역에 생산지를 두는 전략은 경제성 있는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무역장벽이나 환율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이러한 전략적인 부분에다 인건비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더 큰 혜택이 있어야 효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지원책이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보다는 인건비가 적게 드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중심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유턴기업 확대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동결 등 노동비용 인상을 자제하고 노동생산성을 제고해 제조원가의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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