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 송금 요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외무부는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한국 정부가 되돌려 보내야 하지만 미국의 허락만 기다리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비판했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주간 브리핑에서 "한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자금 70억 달러를 현금 또는 상품으로 반환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한국은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국은 2년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한국은 미국의 말을 듣고 그들의 허락만 기다리고 있다"라며 "한국은 제3국(미국)이 이란과 한국의 오래된 우호를 방해하도록 해선 안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의 일방적 대이란 제재는 불법적이므로 한국의 핑계가 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한국이 50만 달러어치의 유전병 치료제를 이란에 보내고 추가로 200만 달러 규모의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이란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조처는 작지만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이같은 내용의 대이란 인도적 수출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이란 정부는 한국의 은행 2곳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의 계좌에 원화로 예치된 원유 수출대금을 송금하라고 한국 정부에 계속 요구한다.
한국 정유·석유화학 회사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 뒤 대금을 이란에 외화로 보내는 대신 원화로 이 계좌에 입금했다. 이란과 직접 외화거래는 미국의 제재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 회사는 이란 거래처에서 외화로 수출대금을 직접 받지 않고 한국에 있는 이 계좌에서 대금을 원화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중앙은행을 지난해 9월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지정하자 미국의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우려한 한국 금융 기관의 선제 조처로 이 자금을 이용한 한국과 이란의 우회 교역이 사실상 중단됐다.
의약품과 같은 물품은 미국의 제재 품목이 아니지만 한국 금융기관은 이란과 거래에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왔다.
한국 정부는 대이란 교역 재개를 위해 미국과 협의를 이어왔고, 미국이 인도적 교역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4월 6일부터 '일반 라이선스8'에 기반한 인도적 교역이 재개됐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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