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망 中퇴출, 중국에 해 끼치겠지만 미국 피해가 더 클 것"

입력 2020-06-02 11:48  

"달러망 中퇴출, 중국에 해 끼치겠지만 미국 피해가 더 클 것"
SCMP, 홍콩보안법 이후 美제재가능성에 대한 중국 내부 분위기 전해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미중이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미국이 달러망에서 중국을 퇴출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이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중국의 기업·금융 시스템을 퇴출할 경우 이는 전 세계 금융을 미지의 영역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금융 쓰나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홍콩보안법 제정에 따른 미국의 움직임에 대비한 내부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와 관련한 한 익명의 중국 관리는 "(달러망 퇴출은) 미국에 분명히 핵 옵션"이라면서도 "중국에 해를 끼치겠지만, 미국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자본시장에서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본다면서 "그렇게 할 경우 냉전이라기보다 열전에 가까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국제적인 무역·금융·투자시 지급수단으로 달러에 의존하고 있으며, 홍콩의 금융기관들이 그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수준인 중국 외환보유고 중 절반 이상이 달러표시 자산이지만 중국은 미국의 달러 패권을 약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달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복잡하다는 게 SCMP 설명이다.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 지급거래에서 달러 비중이 43%인 반면 위안화는 1.66%에 불과한 상황이다.
게다가 위안화 국제결제의 70% 이상은 홍콩에서 발생한다. '달러 페그제'(통화가치를 미국 달러화 대비 일정 범위 내로 묶어두는 제도)를 택하고 있으며 자유롭게 외환 거래가 가능한 홍콩을 통해 중국이 해외자본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SCMP는 "미국이 이러한 연결고리를 약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깨뜨리고, 국제 자본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고 홍콩의 국제금융센터 지위를 떨어뜨리면서, 그 과정에서 달러화를 기꺼이 평가절하할 것이라는 우려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과기대 프랜시스 루이 교수는 "중국을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급증하는 국채를 사줄 중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 국가채무의 4.4% 정도에 해당하는 1조1천억 달러(약 1천346조원) 상당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칭(重慶)직할시 시장을 지낸 황치판(黃奇帆)은 "미 연방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50%가 되면 달러화가 약화할 것"이라고 평가했고, 중국사회과학원 소속 리양(李揚)은 위안화 국제화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은행 수석경제학자인 차오위안정(曹遠征)은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이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 수립을 재촉하게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시스템이 20~30년 안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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