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통령의 선동적 언어와 거리 두고 있다…그의 행동 아무런 도움 안 돼"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이른바 '대통령의 교회'에 방문했다가 주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시위대를 겨냥해 강경론을 고수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편파적 목적"으로 성경과 교회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CNN 방송에 따르면 성공회 워싱턴DC 교구의 매리앤 버디 주교는 이날 관할 내 세인트존스 교회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한 것에 "나는 분노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버디 주교는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서 정의를 찾으려는 이들과 연대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대통령의 선동적인 언어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세상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흑인 최초로 미국 성공회 주교에 오른 마이클 커리 주교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건물과 성경을 편파적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하고 "이 나라가 깊은 상처와 고통을 겪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그의 행동은 우리를 돕거나 치유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성공회 플로리다 중부 교구의 그레그 브루어 주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 대통령이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성경을 들고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라파예트 공원의 시위대가 최루탄을 맞고 해산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그는 특히 "이것은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신성모독"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 전역의 폭력 시위에 강경 진압 방침을 재천명한 뒤 보여주기식 행보를 이어갔다.
기자회견 뒤 백악관을 걸어 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라파예트 공원 건너편의 세인트존스 교회를 방문해 성경을 손에 든 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를 갖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1815년 지어진 이 교회는 미국의 4대 대통령 이래 모든 대통령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예배에 참석했다고 알려진 곳으로, 전날 밤 시위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가 진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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