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조직에 '염증 반응' 유도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바이러스 질환이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항상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때때로 바이러스는 항암 면역반응을 자극하고 암세포를 파괴하는 암 치료에 쓰인다.
이런 종양 살상 바이러스(oncolytic viruse)는 암세포에 침투해 그 안에서 증식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바이러스 치료로 효과를 보는 암 환자는 많지 않고, 왜 암에 따라 바이러스 반응이 다를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암세포가 염증 반응을 유도해 바이러스의 공격을 피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과학자들은 2일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Nature Cell Bi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암세포의 주변 환경을 관찰하다가 암 관련 섬유아세포(CAFs)가 암의 성장과 확산은 물론 자체 보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암세포는 CAFs와 직접 접촉해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주변 조직에 일종의 경보를 울렸다. 이런 자체 경보는 종양 살상 바이러스에 대한 암세포의 방어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세포는 소량의 원형질을 CAFs에 흘려보내 염증 반응을 일으켰다. 암세포의 세포질은 CAFs를 자극해, 주변 세포에 사이토카인(염증 물질의) 분비 신호를 보내게 했다.
이 연구소의 '종양 세포 생물학 랩' 리더이자 논문 저자인 에리크 사하이 박사는 "암세포와 섬유아세포가 직접 접촉 상태에 있을 때만 이런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라면서 "건강한 세포에선 세포막이 둘 사이를 갈라놓기 때문에 상처가 생겨야 이런 유형의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사하이 박사는 또한 "암이 인체의 방어 기제를 중간에서 가로채 자기 이익을 챙기는 명확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배양한 암세포 실험에서, 이 신호 경로를 차단하면 암세포가 바이러스의 공격에 민감해진다는 걸 확인했다.
이 발견이 장차 암세포가 유도하는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더 효율적인 바이러스 공격을 유도하는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기를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사하이 박사팀은 다음 단계로, 염증 신호를 유도하는 암세포의 원형질이 섬유아세포로 전달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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