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못 들어간다" 진입 막아…'민감한 시기' 언론도 침묵
중국 인터넷서 톈안먼민주화운동 뜻하는 '6·4' 검색 차단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의 '6·4톈안먼(天安門)민주화운동' 31주기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역사의 현장인 베이징 톈안먼광장을 찾았다.
지하철 1호선 톈안먼동역을 나올 때부터 역사에 경찰견이 배치된 모습이 여느 곳과는 달랐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도로 건너편에 있는 톈안먼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 출입구 근처의 보안 검색 부스 앞에는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차례로 신분증을 제시했다.
주변에는 경찰차 서너 대가 있었고 무전기를 휴대한 사복경찰도 눈에 띄었다.
최근 톈안먼 인근의 중산공원에 갔다가 외국 기자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절당했다는 호주 기자의 하소연을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들었던 터라 무사히 톈안먼 광장까지 들어갈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더니 외국인 특파원이라는 것을 알고 나선 단호한 어조로 "부커이(不可以)"를 외쳤다. 톈안먼광장 입장은 불가하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경찰은 "개인으로서 관광을 온 거냐? 아니면 취재를 온 거냐?"면서 "기자는 톈안먼광장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그냥 둘러볼 거다"라고 답했지만, 경찰은 "취재 활동을 하려면 사전에 톈안먼 관리위원회에 신청해야 한다"면서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구경하러 오면 들어갈 수 있느냐"고까지 물어봤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경찰은 연합뉴스 특파원의 상주기자증을 촬영하더니 사진을 어딘가에 보내고는 무전으로 "한국 연합통신사(연합뉴스)"라고 소속까지 알리며 외국 언론의 방문 사실을 보고했다.
톈안먼 시위 31주기를 하루 앞둔 데다 특히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추진 등으로 미국 등 여러 나라로부터 비난을 받는 민감한 시기여서인지 이날 경계는 예전보다 훨씬 삼엄했다.
관람객의 보안 검색을 할 때는 검색대를 통과한 가방을 일일이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신체검사도 중국의 지하철역 같은 곳에서 하듯 겉핥기식으로 하지 않고 공항에서처럼 꼼꼼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사람당 40∼50초는 걸리는 듯했다.
일부 입장객에게는 "누구랑 같이 왔느냐?" 같은 질문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평일 낮 36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에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행 중이라 그랬는지 베이징에 온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톈안먼광장을 찾은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
광장을 둘러본 한 관람객은 "오늘 사람이 적어선지 경찰 반 관람객 반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톈안먼 운동 31주기를 하루 앞둔 이 날 중국 관영 언론에서는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언론들은 톈안먼 사태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는 여전히 톈안먼민주화운동을 뜻하는 '6·4'의 검색이 차단돼 있다.
수천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톈안먼 사태는 중국에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금기가 됐다.
강력한 검열과 통제 속에 중국에서는 31년 전인 1989년 6월 4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탱크를 앞세워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을 유혈 진압한 '참혹한 역사'는 잊히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말 집권 후 사회 통제와 검열의 고삐를 조여왔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중국 내 인권 상황은 31년 전보다 오히려 악화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 홍콩보안법 제정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층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하면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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