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니 살아 있다면 침착하라 말했을 것…평화 시위 계속돼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를 촉발한 경찰 폭력의 희생자 로드니 킹의 전 부인은 3일(현지시간) "경찰이 로드니 킹 사건 때보다 더욱 잔인해졌다"고 밝혔다.
드네타 킹은 이날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TV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전역의 항의시위를 일으킨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해 "로드니는 경찰로부터 구타를 당했지만, 이제 경찰은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고 경찰을 비판했다.
1991년 당시 25살의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은 음주 운전 상태에서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체포됐고, 백인 경찰 4명으로부터 무차별 집단 구타를 당했다.
폭력 행위에 가담한 경찰들은 모두 기소됐지만, 백인이 다수였던 배심원단은 무죄 평결을 내렸고, 분노한 흑인들은 1992년 LA 폭동 사태를 일으켰다.
당시 폭동으로 55명이 숨졌고, 2천여명이 다쳤다.
특히 LA 한인타운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되면서 상점 2천여곳이 피해를 봤고, 당시 10대였던 동포 1명은 시위대의 총에 맞아 숨졌다.
LA 인근 샌피드로에 거주하는 드네타는 건강 문제로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폭력과 약탈 사태가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드네타 킹은 "폭력이 끝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또 살해될까 봐 무섭다"며 "폭력으로 인해 우리의 메시지가 상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드니가 살아있었다면 사람들에게 침착하라고 조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네타 킹은 그러면서도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평화적 시위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LA 경찰은 로드니 킹 사건 이후에도 거의 교훈을 얻지 못했다"며 "경찰은 인종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폭력 경찰을 더 많이 기소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어야 한다"면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연루된 4명의 경찰관 모두 1급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드네타는 1991년 로드니 킹에 대한 경찰의 집단구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그와 헤어졌지만, 2012년 로드니가 사망할 때까지 친구 사이로 지내며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로드니는 8년 전 마약 복용과 음주 상태에서 실족해 LA자택 수영장에서 익사했다.
드네타는 "구타 사건이 로드니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며 "로드니는 그 사건을 극복하지 못했다. 로드니를 알고 사랑했던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때 사건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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