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반정부 시위대는 소외자·테러리스트" 강경 입장 고수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독단적이고 권위주의적 행태를 비난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촉구하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사회 각 분야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작성된 '민주주의와 생명 수호 선언'이 전날 발표되자 130여개 시민단체가 서명했다.
시민단체들은 "민주주의 질서와 국가 안녕에 대한 위협이 다름 아닌 대통령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서명에 참여한 시민단체는 인권·환경·여성·교육·언론 등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폭넓은 거부감을 반영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일에는 상파울루시에서 '반파시스트-반인종차별 행동'이라는 이름을 내건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시위에는 좌파 성향의 정당과 시민단체가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에는 상파울루 시내에서 보우소나루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대와 보우소나루 지지 시위대가 충돌했다.
경찰이 두 시위대를 갈라놓기 위해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쏘며 개입했고, 시위대는 돌과 각목 등을 던지며 맞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시위대를 '소외자들'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부르며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흉내 내 반정부 시위대를 '안티파'(Antifa)로 부르면서 "내가 보기에 그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소외자들이거나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말했다.
'안티 파시스트'(anti-fascist)의 줄임말인 '안티파'는 신나치주의와 파시즘, 백인 우월주의에 저항하는 극좌 성향의 무장단체나 급진적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를 포괄하는 말이다.
브라질 정치권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반대하는 좌-우파 연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자유브라질운동(MBL) 지도부 출신인 킴 카타기리 하원의원은 최근 SNS에 '민주주의자들'이라는 의원모임을 만들었다.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의원들의 참여를 촉구한 이 모임에 우파와 중도, 좌파 정당 의원들이 속속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우파 사회자유당(PSL) 소속 조이스 하세우만 하원의원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의해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민주적 법치국가에 대한 위협을 진정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중요한 모임"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언론은 요즘의 상황을 1980년대 중반의 민주화 운동인 '지레타스 자'(Diretas ja, '지금 당장 직접선거를'이라는 뜻)에 비유하고 있다.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 말기인 1984년에 절정에 달한 '지레타스 자'는 군사정권 종식과 대통령 직선제를 끌어내 브라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민운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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