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 신경안정제 벤조디아제핀 복용, 자궁외임신 위험↑"

입력 2020-06-04 10:30  

"임신 전 신경안정제 벤조디아제핀 복용, 자궁외임신 위험↑"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불면증, 불안장애 등에 처방되는 신경안정제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을 임신 전 복용하면 자궁외임신(ectopic pregnancy)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궁외임신이란 수정란이 나팔관 또는 자궁경부, 난소 등 자궁 이외의 부위에 착상하는 것으로 방치하면 착상 부위가 파열하면서 치명적인 내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의대의 엘리자베스 월-윌러 교수 연구팀이 2008~2015년 사이에 임신한 여성(15~44세) 약 170만명의 의료보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3일 보도했다.
이들 중 약 1%는 임신 전 90일 사이에 10일 이상 벤조디아제핀이 처방됐다.
전체 임신 중 약 2%가 자궁외임신이었는 데 이 중 약 1%는 임신 전 벤조디아제핀이 처방된 경우로 밝혀졌다.
전체적으로 임신 전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한 여성은 자궁외임신 위험이 50%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벤조디아제핀 처방 이유 중 불안장애와 불면증을 감안해도 자궁외임신 위험은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배아를 나팔관을 거쳐 자궁으로 밀어 넣기 위해 수축해야 할 나팔관 근육을 벤조디아제핀이 이완시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가 벤조디아제핀과 자궁외임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벤조디아제핀에는 자낙스(Xanax), 발륨(Valium), 클로노핀(Klonopin), 할시온(Halcion), 아티반(Ativan) 등이 있다.
자궁외임신은 진단이 상당히 복잡해 환자의 첫 병원 방문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여러 차례의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일단 진단되면 임신중절이 치료법이다.
위험요인은 난관 또는 다른 복부 수술, 골반 염증 질환, 자궁내막염, 성병 등이지만 약 50%는 원인을 모른다. 발생률은 1~2%로 비교적 드물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 인간생식·태생학학회(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학술지 '인간 생식'(Human Reproduction) 최신호(6월 3일 자)에 실렸다.


s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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