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이틀째 수도까지 번지자 유화책…지역간 이동금지도 해제
코로나19 이동제한에 택시기사도 구걸…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딜레마'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서부 세네갈 정부가 4일(현지시간) 야간 통행금지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틀간 확산한 데 따라 통행금지를 약간 완화하기로 했다고 AFP, 로이터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전날 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는 야간 통행금지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타이어에 불을 붙이고 보안군에 돌을 던졌다.
세네갈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석 달 가까이 해질녘부터 해뜰 때까지 통행금지를 실시해왔다.
세네갈 수도의 소요는 동쪽으로 200㎞가량 떨어진 이슬람 성지 투바에서 이틀 전 일어난 폭력사태와 비슷했다.
세네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기도 한 투바에서는 사람들이 앰뷸런스에 불을 지르고 투석하는 한편 우체국 등 사무실 건물을 약탈했다.
경찰차도 몇 대 불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센터도 공격받았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다카르 주민인 하비바투는 로이터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염병이긴 하지만 마키 살(세네갈 대통령)은 대부분 사람이 가난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가난하다. 석 달 간 집에만 있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알리 느구이 은디아예 세네갈 내무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통금 시간이 2시간 더 단축돼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실시될 것이라면서 지역간 여행 금지도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마르 윰 교통장관은 살 대통령이 30억 세파프랑(약 63억원)을 택시 기사 등 코로나19 위기로 가장 타격을 받은 부문에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편으로 소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부 지역에는 군경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시위가 벌어진 몇몇 도시에서 2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세네갈 남부 카오라크 지역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고 현지 관리가 말했다.
세네갈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사망자 45명을 포함해 4천명이 넘는다.
다카르와 투바는 상업 중심지이자 순례지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투바와 다카르 간 승객을 실어나를 수 없게 된 택시 기사 사메 디오프는 가족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거리에서 다른 수십 명의 기사와 함께 구걸에 나섰다.
다카르와 투바의 점증하는 소요사태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가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시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제한 조치들이 수백만 명의 비공식 부문 생계를 손상해 긴장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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