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미국 내 흑인과 백인 간 경제 격차가 수십년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흑백간 주택차별이 철폐되면서 민권운동의 한획을 그었던 1968년 때와 비교해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1968년 이후 백인의 부는 많이 늘어난 반면 흑인의 부는 정체 상태라면서 부자뿐만 아니라 중산층에서도 흑백간 경제 격차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비자금융조사(SCF) 자료를 보면 1968년 전형적인 흑인 중산층 가구의 부는 6천674달러였고 백인 중산층 가구의 부는 7만786달러였다.
이에 비해 가장 최신 자료가 있는 2016년에는 흑인 중산층 가구의 부가 1만3천24달러인 반면 백인 중산층 가구의 부는 14만9천703달러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경제학자인 모리츠 쿤은 "역사적 자료를 살펴보면 흑백 가구 간 수입과 부의 불평등을 줄이는 데 아무런 진전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고 개탄했다.
금융 컨설팅 업체인 페더럴 파이낸셜 애널리틱스의 캐런 페트루는 "유색인종이 믿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지금 상황이 민권운동 전만큼 나쁘거나 혹은 더 악화된 상태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계층 상승의 사다리로 지칭되는 고등 교육도 흑인 가구의 경제 개선에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석사 이상 학위를 가진 흑인 세대주 가구가 고등학교 졸업자인 백인 세대주 가구보다 재산이 적다는 것이다.
저학력층에서는 흑백 간 부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고졸자층에서 백인 가구의 재산은 흑인 가구에 비해 10배 가까이 많았다.
새뮤얼 두보이스 쿡 사회평등센터의 2018년 부의 격차 보고서는 "인종 간 부의 격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조치를 미국 내 흑인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피해도 백인보다는 흑인에게서 더 심각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본 업종이 서비스업인데, 서비스업 종사자 가운데 흑인 등 유색인종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미 노동부의 4월 자료를 보면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흑인 성인은 전체의 48.8%였으며 이는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1980년대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백인과 히스패닉계 성인의 경우도 급락세를 보였지만 50% 이상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 자주 또는 때때로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흑인 가정이 백인보다 세배나 많고, 주택자금 상환을 못 한 흑인 가정도 백인 가정에 비해 근 4배나 많을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흑인 피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코로나19로 저소득층, 특히 소수민족 여성이 받는 타격이 심각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힘든 사람들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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