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 투신' 쑤징허, 한국은 당신을 기억합니다"

입력 2020-06-05 16:56  

"'광복군 투신' 쑤징허, 한국은 당신을 기억합니다"
최영삼 상하이총영사, 코로나 제한 풀리자마자 봉안당 찾아
문재인 대통령, 지난 2월 빈소에 조화 보내 예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지사님께 한없는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바치며 평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5일 오후 중국 상하이 싼린(三林)능원의 봉안당 앞뜰.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최영삼 주상하이 총영사가 '쑤징허'(蘇景和)라는 이름이 쓰인 위패 앞에 서서 추모사를 읽어내려갔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청년 시절 대한민국 광복군의 지하공작원으로 활동했던 중국인 독립운동 유공자 고(故) 쑤징허(蘇景和) 선생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최 총영사는 "지사님께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광복군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셔 우리 민족에게 독립 의지와 용기를 심어주셨다"며 "지사님은 고인이 돼 잠들어 계시지만 지사님의 소원처럼 한중 우정이 변치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쑤 지사는 지난 2월 9일 10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제약 탓에 우리 정부 관계자가 쑤 지사의 유해가 안치된 봉안당을 찾기까지는 넉 달의 시간이 걸렸다.
그간 해당 능원 측은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직계 가족 2명만 입장을 허용하다가 최근에야 가족을 포함한 5명까지 입장을 허용할 수 있게 규정을 완화했다.
상하이 총영사관 관계자는 "그간 계속해서 쑤 지사님이 계신 봉안당을 직접 찾아가 인사를 드릴 수 있기를 고대해왔다"며 "대한민국은 우리나라 독립에 이바지한 쑤 지사님을 계속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쑤 지사의 장례식이 치러진 지난 2월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하던 때여서 직계 유족조차도 몇 명만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당시 우리 정부 관계자가 찾아가 직접 조문할 수 없었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쑤 선생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 최대한의 예우를 갖췄다.

쑤 선생은 1930년대 중국 최고 명문 대학으로 손꼽히던 난징(南京) 중앙대학에 입학해 조일문(2016년 작고) 지사 등 한인 청년들을 만나 '항일로 나라를 되찾자'며 의기투합했다.
이후 쑤 선생은 광복군 지하공작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비밀 임무를 수행했다. 특히 일제가 난징까지 쳐들어와 점령하자 쑤 선생은 1944년을 전후해 세 차례에 걸쳐 한인 청년들을 탈출시켜 시안(西安)의 광복군 부대까지 호송하는 임무를 완수했다.
쑤 선생은 신중국 건국 후에 공직자로 일했지만 문화대혁명 때 적대 관계이던 한국을 도왔다는 이유로 정치적 박해를 받는 등 이후 순탄한 생활을 하지 못했다.
한국 독립운동가들의 추천으로 쑤 선생은 1996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아 다소간의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외국 국적자여서 관련 법령상 정부로부터 독립운동 유공자 연금 등 경제적 지원을 받지는 못했다.
최 총영사는 "쑤 지사처럼 외국인이면서도 목숨을 걸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들의 후손들이 이제라도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변경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유족을 대표해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쑤 지사의 아들 쑤시링(蘇希齡)씨는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일본에 맞서 당시 한국 임시정부를 돕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셨"며 "한국 정부가 아버지를 잊지 않고 존중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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