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 "테러리스트 표현 문제 해결에 도움 안 돼"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최근 벌어진 반정부 시위 참여자들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
5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중서부 고이아스주 아과스 린다스시에서 열린 야외병동 완공식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반정부 시위대를 '테러리스트' '마약 중독자' '부랑자' '실업자들' 등으로 부르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흉내 내 반정부 시위대를 '안티파'(Antifa)로 규정하면서 "우리는 브라질을 와해하려는 테러리스트 그룹을 보고 있으며, 그들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티 파시스트'(anti-fascist)의 줄임말인 '안티파'는 신나치주의와 파시즘, 백인 우월주의에 저항하는 극좌 성향의 무장단체나 급진적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를 포괄하는 말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지난달 31일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쿠리치바 등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말한다.
당시 상파울루시에서는 보우소나루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대와 보우소나루 지지 시위대가 충돌했다.
경찰이 두 시위대를 갈라놓기 위해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쏘며 개입했고, 시위대는 돌과 각목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섰다.
7일에도 '반파시스트-반인종차별 행동'이라는 이름을 내건 보우소나루 퇴진 촉구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시위에는 좌파 성향의 정당과 시민단체가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전문가들은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정치적 위기를 맞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 인권이사회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브라질 뉴스포털 UOL이 이날 전했다.
이사회는 대변인을 통해 "누구나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권리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부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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