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9월까지 수천명 감축…다른 동맹국에 재배치·본국 귀환"
WSJ "방위비 갈등 겪는 한국 등 동맹국들 걱정하게 할수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에 주둔한 수천 명의 미군을 오는 9월까지 감축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외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과 독일의 긴장 관계와 군사비 지출을 둘러싼 이견을 원인으로 지목한 가운데 일부는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한국 등 동맹들을 걱정하게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 미군을 9천500명 가까이 감축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독일 주둔 미군 규모가 현재의 3만4천500명에서 2만5천명으로 줄어든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감축된 병력 중 일부는 폴란드와 다른 동맹국에 재배치되고 일부는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이번 작업을 수개월간 해왔고, 이 지시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서명한 '각서'(memorandum) 형식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WSJ은 임시 또는 순환배치 병력을 포함해 독일 주둔 미군 규모를 2만5천명으로 상한선을 씌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순환배치 병력과 훈련 참가 병력 등을 포함해 독일 주둔 미군은 최대 5만2천명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식으로 병력을 유지할 경우 독일의 정규 주둔 미군을 2만5천명 아래로 감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 존 울리엇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현 시점에 어떤 발표는 없지만 대통령은 최고사령관으로서 미군과 해외 주둔을 위해 최상의 태세를 계속 재평가한다"고만 밝혔다.
독일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외교 채널을 통해 소문을 들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외신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양국 간 불편한 관계, 군사비 부담을 둘러싼 이견과 연결시켰다.
한 관리는 독일의 군사비 지출 수준과,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가스관을 독일로 연결시키는 노드 스트림2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독일의 고집 등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오랜 불만을 반영한 것임을 인정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독일은 국방예산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지출 목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충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목표 시점은 2031년이다. 지난해 독일의 방위비 지출 비중은 1.36%였다.
최근 대사직에서 물러난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미국대사는 그동안 독일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시하면서 군대 감축을 압박해 왔다.
외신은 이런 조치가 미국과 핵심 동맹국 간 관계를 약화하고 적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 상원 군사위 잭 리드 의원은 "옹졸하고 터무니 없다"고 비난하고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앤드루 와이스는 러시아를 위한 큰 선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감축 추진 배경 중 하나로 군사비 지출 이견이 작용했다는 해석과 관련해 비슷한 갈등을 겪는 한국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한미는 2만8천500명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둘러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간극이 커 매듭을 짓지 못했다.
WSJ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한국을 포함해 동맹을 걱정스럽게 할지 모른다며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논쟁 속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전직 국방부 관료였던 제임스 타운젠드는 WSJ에 "이런 움직임은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약화한다"며 "다른 동맹국들은 '내가 다음일까'라고 묻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계속 불편했던 미국, 독일과는 양상이 다른데다 한국이 GDP 2%를 넘는 방위비를 지출하고 있고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주한미군의 경우 미 국방수권법(NDAA)에 그 규모를 현행 2만8천500명보다 줄이는 데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도 포함돼있다.
NYT는 "이번 움직임은 미군의 해외 주둔을 제한하고, 동맹국이 자체 방위비를 더 분담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부합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계획이 최종적인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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