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윳값 인상·이원화 후 일주일…이란발 연료 왔지만 공급 부족 여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 정부가 극심한 연료난 속에 휘발윳값을 전격 인상했으나, 주유소 앞에서 차들이 몇 시간씩 기다리는 풍경은 사라지지 않았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말 베네수엘라 주유소 앞에는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이 수 킬로미터씩 늘어섰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짜나 다름없던 휘발유 가격을 지난 1일 인상했다.
원유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산유국이지만 국영 석유기업의 생산 능력 저하와 미국 제재로 연료난이 극심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인상 후 가격도 리터당 5천볼리바르(약 30원)로, 여전히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다만 이렇게 보조금이 붙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휘발유는 1인당 한 달에 120리터로 제한되며, 그 이상은 리터당 미국 돈 50센트(약 600원)를 주고 사야 한다.
전국 1천800개 주유소 중 200개가량에서는 민간이 수입한 휘발유를 상시 리터당 50센트에 팔아 사실상 휘발유 판매 체계를 이원화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리터당 50센트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좀 더 짧은 줄에 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에서 기다려야 한다.
1991년식 BMW 자동차를 몰고 와 13시간을 기다린 자동차 정비공 페드로 무히카(42)는 로이터에 "내가 버는 돈으로는 달러로 파는 비싼 휘발유를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연료난이 서민 생계를 위협하는 베네수엘라를 위해 '제재 동지'인 이란이 유조선 5척으로 휘발유를 실어다 줬지만, 수요를 감당하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앞서 AP통신은 이란서 온 휘발유 153만 배럴은 베네수엘라의 2∼3주치 수요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에 맞서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전날 수도 카라카스의 주유소 앞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줄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모두 마두로의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후한 유가 보조금이 대표적인 복지 정책이던 베네수엘라에서 기름값 인상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1989년 유가 인상 당시엔 거센 폭동이 벌어져 사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휘발윳값 인상 이후엔 아직 대규모 반발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주유소 앞에 줄을 선 안토니오 카르데나스(68)는 "예전에 휘발윳값 30센트 올리려고 할 때는 난리가 났었다"며 "지금은 모두 아무렇지 않게 줄을 서 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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