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번진 '숨쉴 수 없다' 시위…평화시위속 경찰과 충돌도(종합)

입력 2020-06-08 08:05   수정 2020-06-08 16:39

유럽으로 번진 '숨쉴 수 없다' 시위…평화시위속 경찰과 충돌도(종합)
독일·프랑스 등 주요도시 곳곳서 집회…"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영국·벨기에서는 '인종차별 상징 인물' 동상 훼손 잇따라


(베를린·서울=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김서영 기자 = 미국에서 시작된 반(反)인종차별 시위가 세계 각국으로 번지면서 주말 사이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프랑스 마르세유, 덴마크의 코펜하겐 등지에서는 각각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면서 인종차별에 반대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폭력적인 양상이 벌어진 곳도 있었다.
코펜하겐에서는 7일(현지시간) 5천여 명의 시민이 미국 대사관 앞에 모였다.
이들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과거 왕가가 사용한 크리스티안보그성까지 행진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이 반인종차별 시위에 참석했다. 이들은 미국대사관 앞에 모여 '나는 숨 쉴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스페인에서는 전날부터 12개의 도시에서 시민이 반인종차별에 대한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 등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이 미국대사관 앞에 모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다우닝가와 보리스 존슨 총리 관저 앞으로 경찰들이 바리케이드를 쳤으며, 일부 시위대와 경찰 간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런던에서는 전날에도 시위가 열렸는데,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로 경찰 14명이 다쳤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시위대에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합법적인 선을 지키는 평화적인 시위와 함께 2m 거리두기 준수를 당부했다.
맨체스터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플로이드를 기리는 의미를 담아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1만여명의 시위대가 모인 브리스틀 집회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과거 노예무역상이었던 에드워드 콜스턴의 이름을 딴 콜스턴가(街)로 몰려가 그의 동상을 밧줄로 끌어내렸다.
이들은 바닥에 내팽개쳐진 동상을 짓밟거나 동상의 목 부분을 무릎으로 누른 채 올라타는 시늉을 하다가 인근 에이본 강물 속으로 던져버렸다.
또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과거 아프리카 콩고에서 잔혹한 식민 통치를 했던 국왕 레오폴드 2세의 동상 훼손이 잇따랐다.
시위대는 레오폴드 2세 동상 위에 올라타 "배상!"(reparation)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다른 곳에 세워진 또 다른 동상에도 '수치'라는 낙서가 새겨졌다.
레오폴드 2세의 식민 통치 시기이던 1885년부터 1908년 사이 100만명에서 많게는 1천500만명에 달하는 콩고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도 미국대사관 앞에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린 시간인 8분46초 간 한쪽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베를린에서는 전날 1만5천 명의 시민이 알렉산더플라츠 광장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인종차별을 멈춰라', '인종차별은 팬데믹' 등의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거리유지 방침을 지키지 않았으나,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과 병을 던져 몇몇 경찰관과 사진기자가 다쳤다.
독일 경찰은 이날 시위와 관련해 93명을 체포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도 전날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면서 프랑스 경찰이 더 나쁜 인종차별 행동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그건 백인들의 문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시민들이 로마 중심부인 포폴로광장을 메웠다.
참석자들은 연단에 선 이들의 연설을 경청하는 등 평화적인 시위를 이어갔다.
lkbin@yna.co.kr, s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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