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제기구 조사 나서 달라" 목소리에 정부 "가짜뉴스일 수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의 한 반정부 인사가 도피 중이던 캄보디아에서 납치돼 행방불명된 사건을 놓고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국제사회 및 태국 정부의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태국은 물론 캄보디아 당국도 "아는 바 없다", "조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사건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카오솟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납치된 반정부 인사 완찰레암 삿삭싯(37)의 가족은 전날 정부 당국과 국제기구 등에 완찰레암의 행방 확인을 촉구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5일 발표문을 통해 완찰레암이 4일 도피 중이던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아파트 앞 인도를 걸어가다가 무장 괴한들에 의해 차량에 태워져 납치됐다고 밝혔다.
완찰레암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 세력인 '레드셔츠'가 구성한 '독재저항민주전선연합'(UDD)과 연계된 유명한 반정부 활동가로, 2014년 태국에서 쿠데타가 발발하자 캄보디아로 도피했다.
누이인 시타난은 완찰레암이 강제 실종의 피해자라면서 이번 일은 태국 사회를 공포와 절망에 빠지게 하는 중대한 인권 침해인 만큼, 태국 당국과 국제기구들은 완찰레암의 실종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올 2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 해산된 퓨처포워드당(FFP)의 후신인 전진당(MFP)의 랑시만 롬 의원은 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원 법률·사법·인권 위원회 대변인인 랑시만 의원은 관계 당국 인사들을 불러 완찰레암 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위원회에 요구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태국 내 마약 중독이나 여성·아동 인신매매 등을 다루는 비정부 기구 '미러 파운데이션'도 이번 일을 강제 실종 사건으로 보고 자신들도 해결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고 온라인 매체 네이션은 전했다.
태국 내 일부 인권 활동가들은 납치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인 5일 방콕 시내 파툼완 교차로 고가 통로에서 납치 사건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반면 캄보디아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캄보디아 경찰 관계자는 5일 통신에 "이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무엇을 조사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태국의 내무부 대변인도 통신에 "HRW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입수했는지 모르겠다. 그곳에는 가짜 뉴스가 많다"면서 납치 주장이 가짜 뉴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국 당국은 2014년 쿠데타 이후 인근 국가로 도피한 반정부 인사들을 체포하기 위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정부에 거듭 신병 인도를 요구해 왔다.
언론과 관련 단체에 따르면 인근 국가로 도피한 반정부 인사 중 최소 8명이 행방불명 됐고, 이 중 일부는 사망한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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