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모면한 이재용 공격적인 경영 나설 듯

입력 2020-06-09 02:25   수정 2020-06-09 05:28

구속 모면한 이재용 공격적인 경영 나설 듯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뉴삼성'도 가속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구속을 면했지만 검찰의 기소가 유력한 데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진행 중이어서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한동안 재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온전히 기업 경영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공격적인 경영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 공격적인 투자·인수합병 나설까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최근 여러 차례 밝힌 대로 앞으로 미래 사업을 챙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에도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5월18일 중국 시안 반도체사업장 출장),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5월21일 평택 EUV 파운드리 투자 발표)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런 발언에는 삼성이 처한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했고, 스마트폰은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 돌파구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은 조용하다.


삼성 계열사들은 기존대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자율·책임 경영을 하고, 이 부회장은 '반도체 2030'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와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2030' 비전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2030년까지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이다.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석방 6개월 뒤에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사업에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전례에 비춰 또 한 번 대규모 투자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인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 부회장이 신사업 투자와 지배구조 개선 등 '뉴삼성'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경제도 불확실한 데다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국민 신뢰 얻기 위해 사회적 책임 강화하나
삼성은 또한 국민적·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더욱 공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이미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면서 정경유착, 부패 등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으로 여전히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경영권 승계 논란, 노사 문제 등을 사과하고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의 고공 농성 해제 합의가 이 부회장이 밝힌 구상의 첫 성과로 평가됐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실효적인 책임 이행 방안을 내놓고 실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 들어서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 삼성전자서비스 직접고용, 무노조 경영 탈피 등 오랜 난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며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사회적 책임 행보를 강화하며 '뉴삼성' 비전을 점차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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