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갈등·전국적 혼란 속 '법과 질서'로 지지 호소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당한 1968년.
반전 데모와 인종갈등으로 인한 폭동 탓에 혼란이 정점에 달한 상황에서 치러진 미국 대선의 승리자는 '법과 질서'를 앞세운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1968년 대선 당시 닉슨의 선거전략이 2020년 대선에서 사용될 조짐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혼란이 증폭된 상황에서 대선을 치러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닉슨 전 대통령의 선거전략이 참고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닉슨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백인 유권자에게 사회의 안정을 강조하는 전략을 썼다.
당시 민주당 린든 존슨 행정부가 사회적 혼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서 자신이 백악관의 주인이 될 경우 법과 질서를 수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위대가 거리를 장악한 현실과는 별개로 국민 여론은 안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침묵하는 다수'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최근 백악관 안팎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목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의 폭력과 약탈 행위를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시장의 탓으로 돌리면서 '민주당은 범죄에 미온적'이라는 인식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경찰 예산을 삭감하라'는 목소리를 '극단적 좌파'의 주장으로 단순화하고, 자신은 법과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오히려 경찰 예산을 늘리겠다고 역공에 나서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닉슨 전 대통령의 영향을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닉슨 전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인정할 정도다.
다만 1968년의 대선 전략이 2020년 대선에서도 통할지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자멜 부이는 닉슨 전 대통령이 미국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닉슨은 사회적 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었지만, 분열의 상징인 트럼프가 사회적 안정을 주장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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