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직후 세포의 '정체성 기억' 메커니즘 규명"
미 소크연구소 연구팀, 저널 '유전자와 발달'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세포 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DNA 돌연변이가 암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돌연변이가 생긴 세포는 자기 정체성, 즉 자신이 어떤 유형의 세포이고, 어떻게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망각한다.
원래 모(母) 세포(mother cell)의 분열로 생긴 딸세포는 자신의 정체성과 전사 기억(transcriptional memory)을 되살리는 분자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미국 소크 연구소 과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세포의 정체성 기억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또한 체세포 분열로 생긴 딸세포가 유전자의 스위치를 다시 올리는 순간을 완벽하게 포착해, 유전체가 재활성화하는 전 과정을 컴퓨터 영상에 담았다.
체세포 분열 후 딸세포의 유전자가 다시 활성화되는 순간을 관찰한 것도 처음이다.
소크 연구소 부소장인 마르틴 헤처 교수팀은 최근 저널 '유전자와 발달(Genes & Development)'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8일 인터넷(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체세포 분열(mitosis)은 인체 조직의 발달과 항상성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모 세포의 DNA가 정확히 복제돼 두 개의 딸세포로 균등히 분열해야 세포의 생명이 유지된다.
세포가 분열 직전에 유전자를 끄고 단백질 생성을 중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혹시 생길지도 모를 혼란을 최대한 막으려는 것이다.
분열이 끝나면 딸세포는 스스로 유전자를 켜서 단백질 생성을 재개해야 한다. 이때 복수의 특정 단백질을 생성하면서 딸세포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다.
소크 연구소 과학자들은 이번에 모세포가 어떻게 딸세포에 정체성을 전달하는지를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망막 세포와 골수암 세포의 세포 주기를 동조화했다. 화학적 억제제를 투여해 양쪽 세포가 생명 주기의 같은 단계에 있게 조정한 것이다.
이 방법으로 체세포 분열 직후 딸세포의 유전자가 처음 켜지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분열 과정이 끝나자마자 많은 유전자가 선발대처럼 먼저 켜졌다.
그런 다음, 마치 도미노 게임을 하듯이 꼬리를 물고 아직 깨어나지 않은 유전자들에 활성화 신호를 보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딸세포는 '기억 상실'에서 벗어나 운명이 정해진 자신(destined identity)이 됐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헤처 교수는 "분열한 세포가 자신의 정체성을 기억해내 모세포와 똑같은 유형의 세포가 되는 메커니즘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갖게 됐다"라면서 "이 짧고 역동적인 단계를 더 잘 이해하는 초석을 놓았다"라고 자평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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