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경 진압·홍콩보안법 우려' 등에 시위 규모 크게 위축
서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홍콩 각료 급여 동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1년을 맞은 9일 홍콩 곳곳에서는 소규모 시위가 벌어졌지만, 시위 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점심시간에 센트럴 지역의 랜드마크 쇼핑몰을 비롯한 홍콩 내 4곳의 쇼핑몰에서는 회사원, 학생 등 수백 명의 시위대가 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 기념 시위를 벌였다.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는 100만 명의 시민이 모여 "송환법 반대"를 외친 지난해 6월 9일 시위를 그 시발점으로 본다.
이날 시위대는 "광복홍콩 시대혁명",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영광을' 등을 불렀다.
이날 시위에는 영국 식민지 시절 홍콩 깃발 등도 등장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하지만 이날 시위 규모는 연인원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휩쓸었던 지난해 시위 열기에 비해 크게 위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의 시행과 더불어 지난해 11월 취임한 홍콩 경찰 총수 크리스 탕 경무처장이 시위를 선제적으로 진압하는 강경한 시위 진압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하는 것도 시위 분위기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시행되면 반중 인사 등이 최장 30년 징역형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헬렌 렁(45) 씨는 "코로나19 확산과 홍콩보안법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시위 동력이 약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중국 공산당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콩 시위 1주년에 대한 소회를 묻는 말에 "홍콩 관료, 입법회 의원 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이러한 혼란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람 장관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 시민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평온한 삶을 원할 것"이라며 "이야말로 12개월 동안의 시위를 겪은 후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홍콩이 2047년 이후에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홍콩보안법이 필요하다는 전날 장샤오밍(張曉明)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가리킨다.
람 장관은 "홍콩이 현재 누리는 것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중화인민공화국의 합리적이고 분별 있는 시민으로서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람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고통받은 서민들과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정부 각료와 고문 등의 급여를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홍콩 입법회의 결정에 따라 홍콩 각료의 급여는 물가 상승률에 연동돼 매해 7월 1일 자동으로 인상되며 올해도 2% 인상이 예정됐지만, 고통 분담을 위해 이를 동결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람 장관은 기업주의 종업원 고용 유지를 위한 보조금을 확대하고, 민간 부문과 협력해 대졸자를 위한 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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