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검찰 예비조사 착수…업무상 과실, 책임이행 소홀 없는지 살피기로
시민단체, '초기방역 실패로 많은 인명 희생 국가책임' 주장하며 고발
대통령·각료는 내사 대상서 제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검찰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과실이 없었는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코로나19 초기 정부의 방역정책 입안과 집행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나 국가의 책임 소홀로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일이 없는지 형사소추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레미 하이츠 파리검찰청장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국가의 코로나19 대처 과정 전반을 예비조사를 통해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형사소송법상 예비조사는 수사기관의 정식 수사 착수 이전의 단계로, 기소 여건을 갖췄는지를 조사하는 일종의 내사 개념이다.
이번 조사는 프랑스 시민단체들이 국가가 코로나19의 초기 방역에 실패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면서 정부의 책임 소재를 묻는 차원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이뤄지는 것이다.
하이츠 검사장이 이끄는 파리검찰청은 수도권의 주요 범죄뿐만 아니라 국가적 보건 문제와 관련한 문제를 수사할 수 있다.
파리검찰청은 정책 결정·집행자들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주요 과실이나 의무이행을 소홀히 한 점이 없는지, 이에 대한 형사소추가 가능한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특히 사태 초기의 마스크 공급 차질과 진단능력 확보 미흡 등의 문제가 주요 내사 대상이다.
파리검찰청의 수사권 관할에 따라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질병통제국(상테퓌블리크프랑스)은 물론, 프랑스 보건부, 법무부 교정국 등도 내사를 받게 된다.
하이츠 검사장은 그러나 예비조사 착수 배경에 대해 정치·행정적인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들은 이번 내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프랑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형사소추에서 면책특권을 지니며, 각료들은 고위 공직자의 재임 시기 범죄 혐의 수사를 담당하는 특별법정인 공화국법정(Cour de justice de la Republique)에 의해서만 소추가 가능하다.
하이츠 검사장은 현재 공화국법정도 코로나19 대처의 잘못을 가려달라는 진정 80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고발 대상에는 아녜스 뷔쟁 전 보건장관, 올리비에 베랑 현 보건장관,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포함됐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초기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급속도로 감염자가 늘 때 정부가 별다른 긴급 조처를 하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다가 뒤늦게 강경책을 쏟아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확진자가 급격히 늘기 시작한 뒤인 지난 3월 15일 지방선거 1차 투표를 연기하지 않고 밀어붙인 것과 의료용 마스크 등 보호장구의 심각한 부족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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