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과없는 잔혹성·팬데믹·대량실업 등 복합 여파
대선철에 논쟁 증폭해 백인 시위대까지 대폭 증가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국 백인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BBC방송은 9일(현지시간) 플로이드가 목숨을 잃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찍힌 영상으로 인한 충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및 대량 실업 등의 요소가 결합해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플로이드 사건 전에도 타미르 라이스, 마이클 브라운, 에릭 가너 등 앞서 희생당한 흑인들과 이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지만 이번에는 백인들이 밀집한 대도시와 지방을 불문하고 미국 전역에서 연대 시위가 이어졌다.
BBC는 그 첫 번째 이유로 플로이드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상을 꼽았다.
경찰은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계속해서 호소하는데도 약 9분간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고, 끝내 그가 의식을 잃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촬영됐다.
뉴욕대에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s) 운동을 가르치는 인권활동가 프랭크 로버츠는 "(영상이 없던) 이전 사건에서는 관점의 차이가 있었다면, 이번엔 명백한 불의의 행위였으며, 사람들은 플로이드가 비무장 상태에서 제압된 것을 봤다"고 설명했다.
처음 시위에 나왔다는 한 시민은 플로이드의 영상에서 본 잔혹함과 명백한 혐오 행위가 사람들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또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과 이에 따른 높은 실업률도 시위 확산에 불을 지폈다.
로버츠는 플로이드 사건이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생활이 급변하는 혼란스러운 시점에 발생했다면서 이동제한령이 내려지자 시민들이 꼼짝없이 집 안에서 TV 뉴스를 시청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시위에 참여하게 될 수 있게 됐다고도 말했다.
BBC는 미국의 흑인 사회가 더 절박한 심정으로 플로이드 사건에 집중했다고도 풀이했다.
올해만 해도 이미 수차례 흑인의 무고한 죽음이 반복됐고, 플로이드의 죽음을 기리는 시위에서도 앞선 피해자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로버츠는 특히 올해가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시위가 더욱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시위와 달리 시위대의 인종적 구성도 다양해졌다.
BBC는 아프리카계 흑인이 아닌 시민들이 대거 시위에 참석했다면서 인종 차별 문제에 있어 한발짝 뒤에 서 있던 백인들도 운동의 새로운 주축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ABC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74%의 미국인이 플로이드 사건을 개별 사고가 아닌 흑인에 대한 경찰 법 집행의 광범위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앞서 브라운과 가너의 사망 이후인 2014년 당시 설문에서의 응답률인 43%보다 크게 오른 것이다.
로버츠는 "미국의 백인들은 인종 문제를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공격으로 여겼지만, 이제 더 많은 백인 동맹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BBC는 시위가 시작된 이후 곳곳에서 포착된 경찰들의 과도한 진압 행위가 오히려 시위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하고 교회로 향한 사건이나 시위 취재에 나선 언론인들을 겨냥한 최루탄과 고무탄 공격이 더 많은 시민의 참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벤 롱웰과 저스틴 서머스는 "살면서 경찰을 두려워해 보기는 처음"이라면서 시위에 나설 생각이 없었지만 "경찰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듣고 나서는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로버츠는 결과적으로 "플로이드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요소가 합쳐져 저항을 위한 '퍼펙트 스톰'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시위는 이제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한 추모를 넘어 경찰에 몸에 부착하는 보디캠 착용 의무화와 경찰 예산 축소, 투표 독려로 이어지고 있다.
로버츠는 "이번 시위가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를 예상하긴 이르다"면서도 미국은 "(버스의 흑백차별 객석에 저항한) 로자 파크스 사건과 같이 한순간에 변화하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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