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책임" 유엔 발표에 페이스북이 계정 폐쇄…"국민 소통 최선 방법"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학살의 배후로 지목됐던 미얀마 군부가 약 2년 만에 페이스북 활동을 재개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일간 미얀마타임스는 미얀마 군부가 7일 페이스북에 공식 계정을 열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는 2018년 8월 유엔 진상조사위원회가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을 비롯한 미얀마 군부 지도자들에게 로힝야족 학살 및 반인도 범죄의 책임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페이스북이 군부의 개인·단체 계정 약 20개를 폐쇄한 지 약 2년 만이다.
페이스북 측은 당시 계정 폐쇄에 대해 군부 및 군 고위인사들이 페이스북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퍼뜨리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쪼 민 뚠 군 대변인은 "페이스북이 미얀마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소셜미디어인 데다 국민과 소통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군이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했다"고 밝혔다.
쪼 민 뚠 대변인은 "(군과 관련된) 거짓 뉴스가 페이스북상에서 퍼지고 있다"며 "가능한 한 신속하게 대중에게 진짜 뉴스를 전달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 활동을 재개하는데 페이스북 측과 협의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페이스북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군은 증오를 퍼뜨리는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사실만을 전달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원한다면 우리의 사용을 금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더는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약 2년 만에 이뤄진 미얀마 군부의 페이스북 활동 재개를 놓고 11월로 예정된 총선과 연결 짓는 시각도 나올 전망이다.
미얀마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인 만큼, 총선을 앞두고 군 홍보에 나서려는 속내가 아니냐는 것이다.
신문은 마케팅 기관 통계를 인용, 현재 2천200만명 이상이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5년 전 총선 당시 약 700만 명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현재 미얀마 인구는 약 5천400만 명이다.
앞서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과 관련해 국민과 접촉하는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4월 1일부터 페이스북 활동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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