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해결 도움 개인적 약속…아직 못지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측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동결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을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의 은행들(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이 편의적으로 그들의 의무와 상식적인 국제 금융합의를 무시하는 모습이 참담하다"라며 "그 은행들은 정치적으로 행동해 일방적인 미국의 불법 제재에 순응하기로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만났을 때 그가 이 동결 문제를 푸는 데 돕겠다고 개인적으로 약속했지만 아직 그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라면서도 "물론 한국 정부와 계속 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두 은행은 이란에 대한 의무를 존중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도 한국 금융기관과 자신의 거래를 미국 정치의 포로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란은 그 돈에 접근하기 위해 한국 측을 상대로 법적 조처를 할 수도 있다"라며 "우리는 단지 한국 은행들에 우리 돈으로 제재 대상이 아닌 의약품과 식량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틀리기 바라지만 한국의 두 은행이 수를 써서 이란의 돈으로 그들의 잔고를 늘리는 데 쓰려는 게 아니라면 왜 이란과 거래를 망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헴마티 총재는 미국이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기 전까지 한국은 중장비, 자동차, 전자제품, 에너지 분야에서 믿을만한 교역상대국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원화결제계좌로 교역할 수 있었다.
이란에서 원유, 초경질유(가스콘덴세이트)를 수입한 한국 정유·석유화학 회사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원화계좌에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수출대금을 이 계좌에서 찾아가는 상계 방식으로 운용됐다.
이란으로 외화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면서 양국이 교역할 수 있는 제재 우회 통로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제재 수준을 올리면서 한국의 두 은행은 이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이란과 거래에 참여했다가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계좌에 동결된 이란 석유수출대금은 70억 달러(약 8조4천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피해가 큰 이란이 이 자금으로 한국산 의약품과 의료장비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이 자금을 이용해 지난달 30일 고셰병 치료제 애브서틴 50만 달러어치가 한국에서 이란으로 수출됐다.
이란은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와 코로나19로 외화보유액이 부족해지자 해외에 동결된 자국 자산을 회수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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