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대한항공[003490]의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이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 방침으로 결국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전날 마감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에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앞서 일부 기업이 투자설명서를 받아 가기는 했지만 정작 마감까지 아무도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예비 입찰 단계인 만큼 LOI를 내지 않아도 본입찰에 응할 수는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본입찰에도 선뜻 나서는 곳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부지 보상비를 4천671억원에 책정해 공고하는 등 공원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천671억3천300만원을 책정하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는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했다.
이로 인해 연내 최소 5천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자본을 확충하려던 대한항공은 난감해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2천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한항공은 1조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이 땅에 대한 문화공원 지정 절차를 밟으면서 대한항공의 자구안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당장 매각 일정도 지연될 분위기다.
서울시가 일종의 '가격 가이드라인'이 될 보상비 수준까지 미리 정해두면 민간 주체 간의 자유로운 매매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대한항공이 앞서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신축을 추진했으나 학습권 침해 등 관련법에 가로막혀 무산된 점 등을 고려하면 서울시의 인허가 없이 부지 개발도 쉽지 않다.
일단 대한항공은 서울시 열람 기간 의견서 제출 시한(18일)에 맞춰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의 강행에 대한항공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시의 발표로 송현동 매각이 불발될 것으로 예상되자 기내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2만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며 "서울시는 자유경제시장 논리에 따른 정당한 경쟁 입찰로 합리적인 가격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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