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 한 공원서 노예 흉상 흰 페인트로 뒤덮여…시당국, 수사 의뢰
루이14세 재상 콜베르 동상들 反인종차별 시위대의 표적…경찰이 보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에서 노예제도 철폐를 기념해 지방 소도시의 한 공원에 세워진 동상이 흰색 페인트로 훼손됐다.
미국에서 시작돼 유럽 각국에까지 확산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 반대하는 백인우월주의자의 소행이 의심된다.
BFM 방송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남서부 피레네 지방의 소도시인 포의 한 공원에서 19세기 노예제 폐지를 기념해 세워진 흑인 노예의 흉상이 흰색 페인트로 뒤덮이는 일이 일어났다.
이 흉상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서 페인트통이 발견됐고 통 바깥에는 영어로 "백인의 목숨이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라고 적혀 있었다.
포 시 당국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프랑스는 서구의 다른 열강들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노예무역으로 이득을 취하다가 1848년 노예제를 공식적으로 철폐했다.
프랑스는 광대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100만명 이상의 흑인을 붙잡아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로 보냈다.
한편, 벨기에 브뤼셀과 영국 브리스틀 등지에서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건설이나 노예무역을 주도했던 인물의 동상이 잇따라 훼손된 가운데 프랑스 경찰은 루이 14세의 재상이었던 콜베르의 동상들을 보호 중이다.
장밥티스트 콜베르(1619~1683)의 동상들이 반(反)인종차별 시위대의 주요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서다.
콜베르는 절대왕정 시대 중상주의의 전형이 된 '콜베르주의'의 체계를 마련한 인물이지만, 식민지 노예들을 규율하는 '코드 누아'(Code Noir)라는 법을 기초했다.
프랑스 경찰은 파리 시내 하원 의사당 앞의 콜베르 동상에 대한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하는 한편, 과거 식민지들의 반프랑스 시위를 가혹하게 진압한 1차대전 당시 프랑스군 사령관 조제프 갈리에니의 동상도 시위대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보호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이나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여론이 거세다.
2016년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당시 24세)가 경찰에 제압되는 과정에서 숨진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최근 미국의 시위를 계기로 다시 불붙자 내무부는 경찰관의 인종차별 언행에 무관용(톨레랑스 제로)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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