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정찰기 띄워 흑인사망 시위대 사찰 의혹"

입력 2020-06-12 11:40  

"미 정부, 정찰기 띄워 흑인사망 시위대 사찰 의혹"
민주당, FBI 등에 서한 보내 정찰활동 중단 촉구
CNN, 항공기 이동 경로 분석해 시위 당시 비행 사실 확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정부 기관이 인종 차별 반대시위가 열린 주요 지역에 정찰기를 띄워 시위대를 감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1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수십명은 정부가 '평화로운 시위에 참여한 미국인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디오카메라와 열 감지 센서가 달린 정찰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의원들은 지난 9일 미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관세국경보호청(CBP), 주 방위군 수장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러한 정찰 활동을 "즉시, 영구적으로" 중단하도록 촉구하고, 시위대 감시를 목적으로 한 항공기 사용은 미 수정헌법 제1조와 4조에 위배되는 행동임을 강조했다.
미국 수정헌법 1조에는 집회의 권리, 4조에는 타당한 이유를 담은 영장이 없이는 수색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적시돼 있다.
의원들은 특히 FBI가 개인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장치인 '더트박스'(dirtbox)가 탑재된 세스나기를 시위 현장에 파견했을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시위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도 머리 위를 비행하던 물체가 세스나 캐러밴과 세스나 182 기종으로 추정된다고 증언했다.


CNN은 의원들의 의혹 제기와 별도로 항공기의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사이트인 'ADS-B 익스체인지' 등에 공개된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FBI나 주 방위군이 마약 단속에 주로 사용하는 기종인 RC-26B 전자수색기가 워싱턴DC와 라스베이거스 상공을 비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 방위군의 자료를 보면 이 기종은 일반적으로 열 사진 촬영 장비가 갖춰져 밤낮 구분 없이 불법 활동 감시에 사용할 수 있다.
CNN은 이 RC-26B가 지난 2일 저녁 거의 4시간 가까이 워싱턴DC 일대를 최소 50차례 돌며 비행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밤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항공기가 비행한 기록이 있으며 또 다른 RC-26B가 지난 2일과 3일 라스베이거스 시위 현장을 비행한 기록도 확인됐다.
CNN은 워싱턴DC 상공은 평소 비행이 엄격히 규제된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시위대 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전쟁이나 재난, 마약과 관련해 이용되는 이 항공기가 시위대에서 정보 수집용으로 사용된 것을 보기는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민간단체인 '정부감시프로젝트'(PGO)의 제이크 래퍼루크 선임 위원은 "미 전역에서 시위대를 상대로 한 직권 남용이 일어나는 가운데 이런 항공 정찰이 이뤄졌다는 것은 심히 불안한 일"이라며 "특히 항공 정찰은 여러 방법으로 개인의 신원을 확인해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위대를 감시하는데 이런 강력한 감시 수단을 동원한 것은 확실히 부적절한 행위다"라고 규정했다.
FBI는 그러나 정찰기 동원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운항 기록에 대한 CNN의 질의에 "(이 항공기는) 폭력을 조장하고 범죄 활동에 연루된 개인을 규명, 수사하고 억제하는 데 주력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잘 아는 한 상원 관계자는 주 방위군이 웨스트버지니아주 공군 소속 RC-26B 정찰기를 워싱턴DC 일대 시위 대응을 위해 파견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후 이런 정찰 활동은 모두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도 이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런 비행을 중단하라는 지시는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 내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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