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들에 서한…트럼프 '강경진압 기자회견' 동행 비판
"맹목적 복종·정치화…고위직 동문이 국가헌신 약속 깨뜨린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미국 육군사관학교 동문이 국방부 지도부가 미국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 국면에서 헌법 정신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육사 졸업생들은 11일(현지시간) 2020년 육사에 입학한 후배들에게 보내는 온라인 공개서한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의 행실을 문제 삼으며 이같이 밝혔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미군에서 복무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하는 맹세에는 도덕적 목적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열망이 담겨있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헌법적 열망이 충족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무장도 하지 않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9분 가까이 짓누르면서 숨지게 한 이후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나날이 시위가 격화하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를 진압하는 데 군부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말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에스퍼 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기자회견 직후 '보여주기식 기념사진 촬영'에 동행하면서 이들이 군 정치화에 일조했다는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에스퍼 장관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자리인 줄 모른 채 따라갔다고 해명했고, 밀리 의장은 그 자리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의 뜻을 밝혔지만 군 내부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 육사 동문은 에스퍼 장관의 "맹목적인 복종"과 "군 정치화"를 문제 삼으며 "고위직에 재직하는 동문이 의무와 명예, 국가에 헌신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음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행동이 군은 어떤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믿음을 위협하고 있다"며 후배들에게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동참해달라"며 "모교를 졸업할 때까지 각자가 단언한 이상을 책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리언 파네타, 척 헤이글, 애시 카터 등 전직 국방부 장관들과 마이크 멀린, 마틴 뎀프시 전 합참의장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군 동원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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